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서울 약령시.
시장에 들어서면 골목 곳곳에 약재를 달인 냄새가 진동합니다.
온갖 약재들을 볼 수 있는 이 시장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5배에 해당하는 8만 6천여 평 면적에, 한의약 관련 업체들만 1천여 개가 모여 있고, 전국 약재의 70%가 유통되는 국내 최대의 약재 시장입니다.
[이홍재/경기도 양주시 : 서울에서 오래 살아서 많이 와 봤다. 필요한 약재를 살 때는 여기 나온다.]
서울 약령시의 역사는 지난 1960년대 말, 농산물을 주로 파는 경동시장이 생기면서 부터입니다.
전국 각지의 약재상들이 경동시장에 지속적으로 모여들면서 약재시장의 규모가 점차 커지자 아예, 농산물 위주의 경동시장과 약재 위주의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어졌습니다.
[남궁충완/서울약령시 상인연합회 부회장 : 이 곳이 지리적인 교통 요충지라 한약재와 농산물이 같이 올라와서 한약재만 모인 것. 필요에 의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수요에 의해서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발생한 것이다.]
조선 초기 아픈 백성들을 치료하던 보제원이 이 곳에 있었다고 세종실록에 전해지면서 이것을 약령시가 생긴 기원으로 보기도 합니다.
서울 약령시는 11년 전 95년에 정식으로 지정·승인됐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게는 경동 약령시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합니다.
예전 시장의 모습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수길/성동구 행당동 시장 :시장 모양이나 분위기가 예전과 똑같다. 변한 것도 없고, 친절하고, 싸다. 서울 시내 사람들 다 여기 사러 온다.]
하지만 시장 곳곳을 둘러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30년 넘게 약령시장을 다녔다는 50대 주부는 녹차 잎이 아닌 녹차 가루를 샀습니다.
[박수길/성동구 행당동 : (여기에) 가끔 와요. 다이어트용으로 아침, 저녁에 (물에) 타 먹으려고 사러 왔어요.]
최근 약재를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용으로 활용하는 주부들이 늘면서 이 가게에서는 20여 가지 넘는 약재를 가루로 만들어서 팔고 있습니다.
[윤재호/약재 가게 주인 :보통 400g에 5천원~7천이다. (약재 재료를)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싼 것이다.]
한약재를 가루로 빻아주는 한 제분소.
약재를 먹기 좋게 환으로 만드는 과정이 한창입니다.
이렇게 만드는 비용은 5천 원 정도.
재료는 팔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가져와야 합니다.
[ 박중언/제분소 주인 :이걸 종합건강식품이라고도 하고, 종합 밑반찬이라고 한다. 식탁에 놓고 식사 전에 한 수저씩 먹으면 된다.]
무조건 달여 먹는 한약재에서 먹고 바르는 한약재로의 작은 변화들은 약령시장의 주고객층을 5,60대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대시키려는 상인들의 노력인 것입니다.
지난 해 7월에는 정부로부터 한방 산업 특구로 지정되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변화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정식/동대문구청 지역경제과 과장 : 한방 테마거리 조성을 위한 환경개선사업 실시. 보제원 쉼터 공원과 공영주차장을 만들 계획. 올 7월에는 한의학 문화 전시관을 개관할 예정.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발전시켜나갈 계획.]
지자체와 상인이 힘을 합쳐 세계 최고의 약재시장으로 발돋움해 가는 서울 약령시.
짓는 정성과 달이는 정성이 있던 그 옛날의 한약재 시장의 모습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한방 관광 특구로서 새롭게 변모될 모습은 특화품목 전문 재래시장이 성공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