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녹취)
열린당에서 노란색 존폐론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열린당의 한 행사장에서 한 당원이 다시 노란 점퍼와 목도리를 착용하자고 제안하자 유력 당권주자인 정동영 전 장관이 “최근 정반대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당원은 이제 노란색이 싫다고 하는데 여러분 생각이 어떤지 확인해 보자”며 즉석 거수투표를 했는데 150여명 중 고작 3명만이 노란 점퍼 착용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색깔의 상징성은 대단한 것이다. 공산당의 색깔인 빨간색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 오랫동안 기피와 경계의 의미로 인식되어 왔다. ‘빨갱이’라는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러던 것이 ‘붉은 악마’ 덕분에 우리는 오랜 빨간색 기피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 이제 빨간색은 열정과 환희, 단결과 성취의 상징으로 바뀌어져 있다. 아마도 세계인들은 ‘대한민국’ 하면 빨간색을 연상할지 모른다.
문제의 노란색은 어떤가. 따뜻함과 안전, 안정감의 상징이다. 심지어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유치원 버스의 노란색 도색을 의무화하고 있다. 노란색은 그만큼 안전의 대명사라는 말이다.
정치적으로는 1980년대 중반 필리핀의 민주화 시위 때 코라손 아키노가 노란색 점퍼를 입고 등장한 이후 민주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고, 당시 김대중 김영삼 민추협 공동의장이 이를 원용하여 노란색 조끼를 착용하고 길거리 시위를 주도함으로써 한국에서 최초로 정치에 상징색 개념이 도입되었다.
그 이후 1987년 김대중의 평민당이 노란색을 공식 상징색으로 채택, 대대적으로 사용하여 한국에서는 어떤 색깔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이 예상을 깨고 여소야대의 제1야당으로 부상하여 정국을 주도함으로써 노란색은 최전성기를 구가하였다. 이 때 ‘황색돌풍’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그 뒤 2002년 대선 국면에서 노사모를 중심으로 정치무대에 재등장한 노란색은 다시한번 승리의 색깔로 인식되어졌다.
이런 노란색은 2003년 9월 민주당의 분당과 함께 분쟁의 상징색이 되고 말았다. 본가인 민주당의 ‘소유권’ 주장을 무시한 열린당의 대대적 착용이 맞부딪친 것이다. 결과는 열린당의 완승이었다.
17대 총선 후 민주당은 현실을 인정하고 노란색에서 과감히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노란색을 버리고 현재의 청록색으로 당의 상징색을 바꿨다. 이 때 우리는 참담한 정치현실 앞에 이를 악물고 눈물을 삼켰다. 한동안 우리는 노란색만 봐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노란색 기피증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 환희와 승리, 안정과 단결의 상징이던 노란색은 그 뒤 배신과 패배, 불안과 분열의 상징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채 못된 지금 민주당으로부터 노란색을 뺏아간, 노란색의 새주인인 열린당 스스로 노란색을 보면 진저리를 친다는 말이 나오는 현실 앞에서 노란색의 원주인인 민주당으로서는 마음이 착잡하고 심란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좋은 색 가져다가 이렇게...
오늘도 ‘노란색의 추억’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