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3.키프러스
1)키프러스
2)니코지아(Nicosia)
3,4,5,6,7,8,...11)파포스(Paphos)--오늘 이야기
12)쿠리온(Curion)
13)아마투스(Amathus)
14)쿠클리아(Kouklia)
3)파포스(Pafos) 1
◆1. 파포스
파포스(Pafos)는 키프러스의 대명사로 손색없다. 국제공항까지 갖춘 키프러스 관광의 중심지다.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세련된 호텔과 관광타운이 B.C 2천5백년전 유적사이로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푸른 바다엔 요트들이 두둥실 떠있고, 그 너머로 중세 만든 해양요새가 고풍스런 이미지를 더한다.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불야성의 바닷가에서 이국의 밤을 만끽한다. 겨울에도 포근한 바닷가. 살기 좋은 이곳이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시점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 호메로스는 파포스를 아프로디테 숭배의식이 성대하게 치러지는 곳으로 묘사했다. 파포스에서 아프로디테 숭배의식은 B.C 천 2백년부터 395년 로마의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을 때까지 계속됐다. 무려 천 6백년을 지속할 만큼 키프러스 특히 파포스는 아프로디테와 관계 깊다.
파포스 시가지. 아름다운 바다와 항구, 고대 유적이 절묘하게 배합된 명승지다. ⓒ김문환
고대 파포스는 오늘날의 파포스와 다르다. 현재 신(新)파포스는 B.C 325년에 조성한 신도시다. 이자체도 2천 3백년전 일이지만... 이전의 구(舊)파포스는 17km 남서쪽으로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오늘날 쿠클리아(Kouklia)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이곳은 헬레니즘기와 로마지배기까지도 키프러스 섬 전체를 대표하는 중심도시였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항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안선이 당시보다 많이 육지로 들어와 있어 항구로서의 이미지를 연상하기는 어렵다. 구파포스에는 오늘날까지 당시의 성벽을 비롯해 유적이 남아있다.
헬레니즘 시대 새로 만든 파포스가 오늘날 까지 기억되는 이유는 모자이크다. 일명 파포스 모자이크(Pafos Mosaics). 파포스 모자이크는 우선, 다른 지역 모자이크와 구분된다. 모자이크를 뜯어서 박물관에 전시하지 않고, 고대 유적지에 그대로 두고 있는 점. 물론 시칠리아 피아짜 아르메리나 모자이크도 현장 유적에 남아있지만, 이는 건물 하나에 불과하다. 파포스 모자이크는 특정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헬레니즘 시기와 로마 시대 조성된 시가지 여기저기에 분포한다. 물론, 그리스 델로스섬이나 화산재 아래 묻혀있던 이탈리아 폼페이, 에르콜라노도 시가지 전체에 모자이크가 퍼져 있다. 하지만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파포스는 유적지 곳곳에 밀도 높게 모자이크가 갖춰져 격이 다르다. 파포스 모자이크는 아직도 전체가 발굴된 게 아니다. 앞으로 추가 발굴을 시도할 경우 더 많은 모자이크들이 2천년 잠을 깨고 햇빛을 보게 될 전망이다.
파포스 유적지 전경.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채 잡?과 흙더미 속에 묻혀 있는 부분이 많다. 오른쪽 구석이 [아이온의 집]이다. 파포스 ⓒ김문환
파포스 모자이크의 특징은 백%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삼은 헬레니즘풍 작품이란 점이다. 진귀한 장면들로 가득한 모자이크 세계에 한껏 빠져들 수 있는 탐방장소다.
◆2. 아이온의 집 (House of Aion) 1
유적지 입구를 지나 좀 걷다 처음 마주하는 유적이 바로 아이온의 집(House of Aion)이다. 바닥 모자이크를 보호하기 위해 가건물을 짓고 지붕을 씌워 놨다. 돈 좀 들여서 멋진 그리스 로마 시대 양식의 집으로 복원했으면 좋으련만... 현대식 그것도 정성없는 가건물이라니... 아이온의 집은 1983년 폴란드 고고학팀이 발굴에 성공했을 만큼 최근에 발굴된 유적이다. 가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바닥에 가로 9m, 세로 7.6m의 큼직한 모자이크가 비좁은 건물 내부를 묵직하게 꽉 채운다. 빌라의 거실이자 응접실인 타블리눔(Tablinum)을 장식하던 모자이크로 추정된다. 타블리눔은 로마 저택에서 남자 집주인이 바깥 손님을 맞는등의 용도로 사용하던 장소다. 그만큼 남자 주인의 취향에 맞게 최고로 공들여 잘 꾸미는 게 관행이었다.
아이온의 집. 모자이크를 보호하기 위해 가건물을 씌워놨다. 고대 그리스 로마 양식으로 멋지게복원하면 좋으련만... 파포스 ⓒ김문환
모자이크는 3단으로 제작돼 있다. 북아프리카 기법의 도입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맨 위는 반으로 갈라 2개의 소재를 표현하고, 가운데는 통으로 터서 하나의 장면, 맨 밑은 꼭대기처럼 반으로 나눠 2장면의 모자이크를 담았다. 전체가 5장면인 셈이다. 윗줄과 아랫줄의 둘로 나뉜 작품의 크기는 각각 가로 2m, 세로 1.3m다. 가운데 줄 하나로 된 모자이크는 가로 3.9m에 세로 1.3m다. 윗줄 오른쪽 그림은 [디오니소스의 탄생], 왼쪽은 [레다의 목욕]이다. 가운데 줄은 하나의 그림인데 [카시오페아와 미인대회]다. 그림의 오른쪽에 바다의 요정 네레이즈, 왼쪽에 페니키아 왕 페닉스의 아내 카시오페아를 배치했다. 인간인 카시오페아와 바다 요정들간에 누가 더 미인인지 겨루는 대회를 나타낸 것인데... 인간과 신의 대결이라! 아랫줄은 2개의 그림이다. 오른쪽 그림은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대결], 왼쪽은 [디오니소스의 행차]다. 진귀한 신화장면으로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모자이크 전경. 아이온의 집 모자이크 전경이다. 위로 부터 3줄로 제작돼 있다. 북아프리카 기법이 전파 됐음을 보여준다. 촬영 상태가 좋지 않다. 윗줄 오른쪽 부터 차례로 [디오니소스의 탄생], 왼쪽은 [레다의 목욕]이다. 가운데 줄은 하나의 그림 [카시오페아와 미인대회]. 아랫줄은 2개의 그림이다. 오른쪽 그림은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대결], 왼쪽은 [디오니소스의 행차]다. 파포스 ⓒ김문환
집이름이 [아이온의 집]인 이유는? 시작도 끝도없는 영겁(永劫)의 시간을 상징하는 신 아이온이 모자이크 가운데 줄 한가운데 자리하는 데서 따왔다. 미인대회 심판위원장으로 참석한 것 같은데... 얼굴은 마모돼 없어지고 그리스 문자로 이름만 남았다.
ㄱ. 윗줄 모자이크
[디오니소스의 탄생]작품을 보기 전에 그가 태어나게 된 과정을 들여다 보자.
디오니소의 탄생--모자이크에는 그리스어로 신들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다. 오른쪽에 헤르메스가 로마황제 복장으로 앉아 있고, 디오니소스는 벌거벗은 아기다. 바로 옆에 디오니소스의 스승이 될 트로페우스와 신의 음식을 상징하는 암브로시아가 팔을 벌려 디오니소스를 받으려 한다. 헤르메스 뒤로는 신의 음료 넥타. 왼쪽 끝에 디오니소스를 기를 니사가 나무 아래 앉았고, 보모 아나트로페는 서 있다. 가운데 여성 3명은 님프로 디오니소스 목욕물과 수건을 준비중이다. 파포스. ⓒ김문환
제우스는 세멜라를 사랑해 아이를 잉태시켰다. 질투를 느낀 헤라.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세멜라에게 접근해 제우스의 본 모습을 보여 달라고 조르도록 만든다. 세멜라는 인간. 제우스는 번개의 신. 본 모습을 보이면 세멜라는 번개가 된 제우스에게 타 죽게 되는데... 세멜라는 제우스에게 원래 모습을 보여 달라고 조른다. 결과를 알기 때문에 거절하는 제우스. 세멜라는 제우스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어쩔수 없이 본색을 드러낸 제우스. 세멜라는 그 자리에서 타 죽었다. 제우스는 세멜라의 시신에서 아이를 꺼내 자신의 사타구니에 넣었다. 달이 차 태어난 아이가 바로 디오니소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디오니소스를 헬리콘산의 요정 니사에게 맡겨 기르게 했다.
레다의 목욕--스파르타왕 틴다레오스의 왕비 레다가 목욕하기위해 벌거벗은 모습이다. 레다가 스파르타 궁정의 다른 여인들과 함께 유로타스강으로 목욕하러 갈 때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 나타난다. 오른쪽이 레다. 레다와 제우스라는 그리스문자가 선명하다. 파포스. ⓒ김문환
[레다의 목욕]은 앞서 니코지아 편에서 [레다와 백조]로 자세히 살펴봤다. 여기서는 레다가 목욕하러 가는 장면을 그렸다. 니코지아와 달리 옷을 걸치지 않고 알몸이다. 최고신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레다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레다--레다를 확대해본 모습. 풍만하고 아름다운 몸에 금발이 돋보인다. 목걸이와 팔찌등으로 장식했다. 파포스. ⓒ김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