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으로부터 줄리아가 탑승자 명단에 없다는 연락이 오고 기장과 승무원들은 카일이 남편을 잃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며 진정시키려 하지만 카일은 기가 막혀 죽을 지경입니다. 마침 탑승한 비행기는 카일이 직접 디자인한 2층형 첨단 대형 여객기로 구조와 내부를 손바닥 보듯 파악하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딸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섭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실제로 딸과 함께 탑승한 것인지, 착각이고 환상인지 카일 자신도 헷갈립니다.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딸을 악당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영화 [패닉룸]이 생각납니다. 이번에는 무대가 최첨단 비행기로 바뀌었습니다. 조디 포스터는 남편의 죽음과 비행기 안에서 딸을 찾는 과정까지 아내와 엄마로서 상실감과 불안을 훌륭하게 표현합니다. 나이먹어 늘어난 주름과 야윈 얼굴이 사실감을 더해줍니다.
실제로 시험 운항 단계인 최첨단 2층 대형 여객기를 영화의 무대로 선택함으로써 비주얼의 대부분을 의존합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구조, 엄청난 규모에 첨단 편의시설을 구경하는 부수적인 재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더라도 평소에 볼 수 없었고 또 앞으로도 보기 어려운 비행기의 화물칸이나 지붕, 조종석 아래 공간 등(수만피트 상공은 상당히 추울텐데 이곳까지 난방이 되는지 궁금하더군요^.^;)으로 체험의 범위를 넓혀줍니다.
'수만피트 상공의 최첨단 여객기 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어린 딸'이라는 그럴 듯한 설정에 중반부까지는 긴장감있게 전개되던 영화는 후반에서는 그 힘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특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카일의 외로운 투쟁과 액션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그 독특함은 사라지고 많이 본듯한 설정과 반전이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조디 포스터에 걸맞는 고급 심리 스릴러의 매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합니다. 다만 숀빈 같은 조연들의 안정된 연기 덕분에 그나마 힘겹게 끝을 맺게 됩니다.영화를 보고 나서 결론에 꿰어맞추다 보면 그리 꼼꼼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떠오르는 커다란 결함도 발견되기 때문에 더욱 씁쓸한 입맛입니다.
명문 예일대를 나온 엘리트(?) 여배우 조디 포스터, 아마 우리 관객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은 연약하고 정신적 상처를 입은 여자 수사관으로 백전노장 싸이코 살인마와 심리전을 펼치는 [양들의 침묵]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풍부한 인문학적 감성으로 성찰의 미덕을 가진 천체 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콘택트]를 걸작으로 꼽고 싶습니다. 예전에 사서 보관하고 있던 [콘택트] DVD나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