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2.이탈리아
1,2,3)로마(Rome) 1,2,3
4,5,6,7)바티칸(Vatican)
8,9,10,11)오스티아(Ostia)1,2,3,4
12)폼페이(Pompeii)
13,14)에르콜라노(Ercolano)1,2
15,16,17,18, 19, 20,21,22, 23,24,25)나폴리(Napoli)1,2,3,4,5,6,7,8,9,10,11
26,27, 28,29)팔레르모(Palermo) 1, 2, 3, 4--오늘 이야기
30,31,32,33,34,35,36,37,38,39)피아짜 아르메리나(Piazza Armerina)
--오늘 이야기
37)피아짜 아르메리나 (Piazza Armerina) 8
◆9. 비키니의 방
큰 사냥의 복도 남쪽에 붙어 있는 침실은 [비키니의 방]으로 불린다. 카잘레 빌라는 물론 지중해 전역의 모자이크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담겼다. 인상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탐방객 누구든지 바라보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놀라움에 잠시 입을 벌리고 만다. 넋을 잃는 다는 표현은 조금 과장될 수 있지만, 탓할 일은 못된다. "로마시대 복장 맞는 거야?", "로마시대 만든 모자이크가 맞아"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오히려 비정상에 가깝다.
전경--10명 가운데 1명은 지워지고 9명의 여성이 모두 등장한다. 로마권역 모자이크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손색없다. 여체를 나타내는 많은 작품이 있지만 대부분 신화속의 여신이나 요정이다. 현실생활 속의 여성들을 이렇게 적나라한 옷차림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없다. 스토로피움이라 부르는 비키니 스타일의 옷을 입고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피아짜 아르메리나. ⓒ김문환
10명의 젊은 여성들이 뿜어내는 숨막히는 운동 장면. 초미니의 삼각팬티와 어깨끈 없이 한번 두른 브래지어 스타일의 운동복. 스토로피움(Storopium)이라고 부른다. 요즘의 기준으로 봐도 파격인 비키니를 그대로 빼 닮았다.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10명이나 등장해 각종 운동에 열중하는 모습이 모자이크로 표현됐다. 그래서 [비키니의 방]이란 이름을 얻었다. 요즘 육상선수나 기타 운동선수들이 입는 운동복은 물론 미국의 싸구려 프로레슬링에 나오는 여자 선수들 복장보다 더 야하다. 여름철 해변을 뜨겁게 달구는 비치 발리볼이나 미인대회 수영복 심사에서나 이런 차림의 여성을 볼 수 있을 정도다. 현대사회 비키니는 1950년대가 돼서야 수줍던 유럽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설레게 했을 뿐이다.
손을 벌린 자세를 취한 여성. 다른 방과 연결되는 통로다. 피아짜 아르메리나. ⓒ김문환
로마시대 이후 무려 천 5백년 동안 유럽사회에서 금기였던 복장. 인간과 그 인간의 자율이 사라지고, 근엄한 신과 종교 그리고, 거기서 부과되는 엄격한 통제가 주를 이뤘던 중세 사회. 나아가 근대 들어서도 회복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던 복장 스토로피움의 재등장은 현대 그것도 20c 후반이 돼서야 실현된다. 그러니, 현대 여성들이 고대 로마 여성들이 누리던 옷의 자유를 만끽하며 복식(服飾)의 굴레에서 해방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
윗줄 4명의 여성. 피아짜 아르메리나. ⓒ김문환
아랫줄 5명의 여성. 피아짜 아르메리나. ⓒ김문환
[비키니의 방] 모자이크는 놀랄 만한 복장 외에 또하나 독특한 고대 모자이크의 일면을 보여 준다. 로마시대 모자이크는 집을 짓고 그 바닥에 설치했다. 그런데, 요즘도 그렇지만, 집이란게 지은지 오랜시간 흐르면 낡게 마련이고 보수를 한다. 아니면 헐고 다시 짓게 된다. 이때 원래 있던 모자이크를 두고 그 위에 다시 모자이크를 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잘레 빌라도 마찬가지다. 비키니의 방에서는 기하학 무늬의 원래 바닥 모자이크가 있었고, 그 위에 집을 개수하면서 새롭게 비키니 모자이크를 설치했다. 두개의 모자이크가 겹쳐 시공된 흔적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 잘라본 여성들. 6명이 나온다. 피아짜 아르메리나. ⓒ김문환
[비키니의 방] 모자이크는 화면이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북아프리카 모자이크의 특징인 화면 분할을 적용한 것이다. 화면 윗 부분과 아랫 부분에 각각 5명씩 10명의 여성을 배치한 구도다. 우선 전체를 살피고 각 운동에 여념이 없는 여성별로 하나씩 들여다 본다.
왼쪽으로 잘라본 여성들. 5명이 나온다. 재시공--원래 바닥은 기하학 무늬 모자이크였다. 그위에 다시 비키니 여성 모자이크를 추가 시공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이렇게 기존 모자이크에 덧씌워 재시공하는 모자이크가 여럿 발견된다. 피아짜 아르메리나. ⓒ김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