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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21년만의 만남

안녕하세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어제, 내한공연 첫날 공연을 마쳤습니다. 저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공연을 봤습니다. 종일 베를린 필하모닉에 매달려 보낸 하루였지요. 그리고 저는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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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어제, 내한공연 첫날 공연을 마쳤습니다.

저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공연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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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베를린 필하모닉에 매달려 보낸 하루였지요. 그리고 저는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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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만큼 재미있는 리허설

리허설 취재는 어렵게 성사시킨 것이었습니다.

베를린 필 측은 처음에는 리허설 촬영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한다고 했다가,

현장에 가니 전체를 다 촬영하되 방송은 3분 이내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생생한 리허설 현장을 다 카메라에 담아, 어제 8시 뉴스에 잘 썼습니다.

방송된 분량은 40초 정도밖에 안됐지만 말이죠.


리허설을 보는 것은 때로, 본 공연 못지않게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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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하모닉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연 리허설도 일반 청중에게 관람료를 받고 개방합니다.

아주 싼 가격으로 뉴욕 필의 연습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죠.

 

어제 베를린 필하모닉의 리허설도 그랬습니다.

 

아침 10시에 정확히 시작된 리허설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의 리허설 진행 방식은 굉장히 '민주적'으로 보였습니다.

단원들에게 하는 말은'Could you~' 'Would you~' 하면서 예우를 갖췄고,

일방적으로 하는 '지시'가 아니라, 마치 토론하는 듯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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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웃음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음악적인 면은 꼼꼼하게 짚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리허설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 포함된 곡들을 쭉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한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대목은 여러 번 반복하며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사이먼 래틀은 라벨의 어미거위 발레 조곡, 베를리오즈의 해적 서곡을 먼저 연습한 뒤,

잠깐 휴식하고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의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그의 ‘다이내믹'한 지휘 동작, 풍부한 표정은 ’영웅‘에 이르러 더욱 화려해졌습니다.

리허설이라 본 공연보다야 어수선했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을 확 끌어들이는 카리스마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이먼 래틀은 리허설 하는 동안에도 열정적인 지휘를 하느라 땀에 흠뻑 젖어서

중간에 웃옷을 한 번 갈아입어야 했습니다.


아마 이 레퍼토리는 베를린 필이 이미 수백 번 수천 번을 연주했겠지만,

그래서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겠지만, 공연을 앞두고 정말로 '열심히',

리허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 믿음직했고 좋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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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가격'이라는 현실적 문제

저는 오전 리허설을 취재하고, 회사로 돌아가서 기사를 쓰고, 편집하고,

8시 뉴스에 넘겨놓고, 부랴부랴 다시 예술의 전당으로, 공연을 보기 위해 달려갔습니다.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 꽉 들어찼습니다. (어제 공연은 매진이었습니다.)


보통은 비워놓고 공연하는 합창석에도 빈 자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R석 45만원이라는, 클래식 공연 사상 최고가였던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합창석은 가장 싸다는 이점 외에도 지휘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공연에서 ‘선호도가 높은’ 자리입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합창석’을 애용했던 기억이 떠올라

합창석 관객들의 모습이 친근해 보였습니다.

 

덧붙이자면, 45만원이라는 티켓 가격에 대해서는

사이먼 래틀 자신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티켓 가격은 물론 베를린 필 측에서 정한 것이 아니라, 국내 공연 주최사들이

베를린 필의 개런티와 각종 비용 등을 고려해 책정한 것이지요.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베를린 필의 개런티가 워낙 높은 게

티켓 가격 상승의 큰 원인이긴 합니다.

 

사이먼 래틀은 오케스트라가 결코 합리적인 경제성을 가진 집단이 아니며,

특히 오케스트라 대규모 인원이 연주 여행을 다닐 때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포함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티켓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예전에는 베를린 시가 베를린 필하모닉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관객들 서포트 없이는 공연이 어려운 상황이라

부담이 관객들에게 전가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게 오케스트라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라며,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해결책은.....역시 기업의 후원 밖에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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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고 싶다

어쨌거나 공연은 리허설 때 가졌던 기대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베를리오즈와 라벨이 연주된 1부, 그리고 인터미션. 그리고 2부의 베토벤 교향곡 ‘영웅’.


사이먼 래틀은 공연 프로그램 가운데 베토벤의 '영웅'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표시한 바 있지만,

저에게는 1부의 베를리오즈와 라벨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영웅'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베를리오즈의 해적 서곡은 그 에너지와 역동성, 그리고 정교함으로,

라벨의 마 메르 루와 발레 조곡은 물결이 일렁이는 듯, 몽환적이면서 나른한 매력으로

저를 유혹했습니다. 저는 리허설 때부터 이 연주를 듣고 '아.름.답.다'고,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베토벤의 영웅 연주가 끝난 뒤, 사이먼 래틀은

‘에로이카를 연주한 뒤 도대체 무슨 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아마도 크지 않고, 빠르지 않은 곡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앙코르 곡으로 시벨리우스의 ‘두루미의 정경’을 들려줬습니다.

저는 그의 손짓에 따라 고요히 침잠하는 음악에 빠져들었습니다.

음악이 끝났는데도 숨죽인 객석은 오랫동안 침묵에 빠져 있었습니다.

정말 연주를 더 듣고 싶었는데, 사이먼 래틀은 활짝 웃으며 인사한 뒤

더이상의 앙코르는 없이 퇴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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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의 만남

베를린 필은 오늘 저녁 내한공연 둘째날 공연을 합니다.

하이든 교향곡에, 현대 음악가 토마스 아데의 '어사일러.Asyla'

(망명, 피난처라는 뜻의 영어 단어 Asylum과 연관)가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르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가 연주됩니다.

어제보다는 ‘덜 대중적’으로 보이는 프로그램 때문인지,

매진이었던 어제와는 달리, 표가 몇 장 남아있다고 합니다.


사이먼 래틀은 '어사일러‘에 대해서도 특별한 애착을 표시했습니다.

1971년생의 젊은 작곡가 토마스 아데를, 사이먼 래틀은 무척 아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어사일러’를, 첨단을 걷는 현대음악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곡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 필 취임 연주회 실황 음반과 DVD에도 말러 교향곡 5번과 함께


이 곡이 실렸습니다. 현대음악이라 평소 듣던 음악에 비해 아무래도 낯설게 들리는데,


여러 가지 ‘희한한’ 악기들이 동원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




저는 1984년, 카라얀과 함께 했던 베를린 필의 지난번 내한공연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어린 저에게도, '베를린 필'이라는 이름은 '전설 같은' 것이었습니다.


21년만의 내한공연.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졌기에, 더욱 벅차고 뜻깊은 만남이었나 봅니다.

 

**사실 지난 주말 임동민-임동혁 형제의 귀국 기자회견을

취재한 이야기를 먼저 써놨었는데,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이 바로 어제였기에 이 글부터 먼저 올려놓습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내일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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