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
-- 선거패배와 지도부 사퇴로 열린우리당이 다시금 엄중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국회 제 1당이자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게 걸었던 국민의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과연 열린우리당의 위기와 패배의 원인은 무엇인가? 개혁의 머뭇거림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내부분열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통령과의 소통에 실패한 당의 무기력이 근본원인이라는 분석도 들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합친 ‘집권여당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야말로 위기의 실체요, 패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마도 정치덕목 제1조인 '無信不立'을 열린우리당은 위반한 것이리라.
국민의 요구는 간명하다. 하나는 경제에 집중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정치가 사람의 얼굴이라면 경제는 몸의 오장육부(五臟六腑)와 같다. 국민들의 먹거리, 살거리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치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는 건 불가능하며 특히 집권여당에게 원망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하나는 언필칭(言必稱) 개혁을 강조하지만 개혁은 명분보다 결과가 중요하며,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동의와 참여라는 과정이 필수다.
그런데 우리당은 경제와 개혁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민생경제 악화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불신을 피할 길이 없다. 또한 개방화, 정보화가 중심화두인 21세기에 “개혁을 자연스러운 시대변화의 대세” 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불안과 무책임의 좌파정치로 폄하되어 결과적으로 개혁의 대의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면, 이 또한 국민의 기대와 시대적 요구를 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은 신뢰를 잃었고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패배는 아프지만 예상 못한 것도 아니다. 정치의 긴 안목에서 보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작은 패배로서 큰 패배를 막을 수 있다. 바둑에도 사석작전이 있고 폐석, 요석이 있지 않는가? 패배를 딛고 큰 전략적 승부에 나서야 할 때이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열린우리당의 전략목표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와 2007년 재집권이다. 이를 위해 열린우리당은 보다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첫째, 정치의 요체가 신뢰임을 각인해야 한다. 정치는 직선이 아닌 곡선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오직 국민의 신뢰를 등대삼아 항해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신뢰를 회복하기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신뢰는 경제에서 나온다. 지도부 사퇴를 놓고 행해졌던 친노, 반노의 자해적 구분이나 의원들의 자주성을 왜곡하는 계파분류는 소아병적 오류이며, 우리당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위기를 부추기는 분열적 패배주의이다. 열린우리당에 反노는 없고 또 없어야 한다.
둘째, 중도개혁에 입각한 민주평화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통합과 정치개혁 완수, 경제선진화와 정의실현, 남북화해협력과 평화체제구축에 뜻을 함께하는 정치세력과 제 정파는 당(黨)을 함께 해야 한다. 현재의 4당, 5당 정치구조는 불완전한 과도체제이다. 한국정치는 수구기득권 정당, 중도개혁정당, 진보혁신정당의 <이념삼각체제>로 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한 분배개선이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문제는 경제활력의 상실과 양극화의 심화이며 그 배경엔 성장잠재력 약화가 가로놓여있다. 성장잠재력 약화가 투자와 소비의 위축을 불렀으며 실업과 소득감소를 낳았다. 절대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되, 국가의 기간역량을 성장잠재력 확충에 투입해야 하며 그를 위한 공격적 개방전략과 시장경쟁의 촉진을 가속화해야만 할 것이다. 성장엔진이 가열되면 분배의 언덕을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넷째,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남한 중소제조업 재도약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을 정점으로 한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사양길에 있던 남한 중소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생산설비와 제조원가의 절감을 통한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는 한국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유지시킴과 동시에 북의 개혁개방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추동하는 힘이 될 것이다.
재보선 패배를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의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이고 비장한 각오로 혁신에 나서자. 그리하여 내년 초 전당대회를 통해 “신뢰받는 재집권정당”으로 우뚝 서서 지도체제에 임시 자(字)가 붙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