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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쿠르에 '오버'했다고?

안녕하세요? 어느새 10월말입니다. 노래 ‘잊혀진 계절’의 그 유명한 가사가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지지난주 (벌써 지지난주가 돼 버렸군요. 약간 ‘뒷북’ 같다는 느낌도 있지만, 이해 바랍니다.) 토요일, 혹시 SBS 8 뉴스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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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느새 10월말입니다.

노래 ‘잊혀진 계절’의 그 유명한 가사가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지지난주 (벌써 지지난주가 돼 버렸군요.

약간 ‘뒷북’ 같다는 느낌도 있지만, 이해 바랍니다.) 토요일,

혹시 SBS 8 뉴스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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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8 뉴스는, 평소와 조금 다른 편집으로 방송됐습니다.

톱뉴스가 임동민-임동혁 형제의 쇼팽 콩쿠르 수상 소식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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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뉴스 편집  

 

‘임 브라더스’가 쇼팽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를 한 소식을,

그 날 SBS 8뉴스는, ‘이례적으로’ 세 꼭지로 나눠서 보도했습니다.

첫 번째 꼭지는 바르샤바로 출장간 양철훈 파리 특파원의 리포트였고,

두 번째 꼭지는 임동민-임동혁 형제의 약력을 다루는 것이었고,

세 번째 꼭지는 쇼팽 콩쿠르란 어떤 대회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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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저로서도, 쇼팽 콩쿠르 입상 소식을 이렇게 톱뉴스로, 많이 다룬 것은 의외였습니다.

하긴 덕분에 쇼팽 콩쿠르 결과 발표를 대비해서 며칠간 준비해온 것이

헛수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좋았습니다.

지난번 노벨문학상 발표 때는, 한국인 작가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미리 만들어놓은 리포트가 10개가 넘었거든요.

노벨문학상 발표 시각이 저녁 8시 뉴스가 시작할 때쯤이었으니,

발표를 보고 나서 만들기 시작하면 도저히 뉴스에 댈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올해도 노벨 문학상은 외국 작가에게 돌아가서 허탈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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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 시작한 고생  

 

쇼팽 콩쿠르 최종 결선이 한국인이 세 명이나 진출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현지 취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데스크와 상의했습니다.

그 결과 폴란드와 가까운 파리 특파원이 출장을 가게 된 것이었지요.

지금까지 한국인이 한 번도 결선에 올라간 적이 없었으므로,

아마 한국 방송사가 쇼팽 콩쿠르를 취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쇼팽 콩쿠르.

피아노만을 위한 콩쿠르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콩쿠르지만,

다른 콩쿠르에서는 무수한 수상자를 배출한 한국이,

쇼팽 콩쿠르에서만은 한 번도 수상자를 내지 못했었습니다.

바로 전 대회인 2000년 대회에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결선 문턱에서

아깝게 좌절한 게 화제가 됐을 정도였지요.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인이 처음으로, 그것도 3명이나 결선에 올랐다는 것

자체로도 뉴스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결선 진출자인 임동민. 임동혁. 손열음. 모두 손꼽히는 기대주라

반드시 이 중에서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사실 세 명 다 수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저의 ‘고생’은 시작됐습니다.

 쇼팽 콩쿠르 속보 준비까지

수상자 발표는 결선 마지막 날 연주가 끝난 뒤 이뤄지기로 돼 있었습니다.

 시차 때문에 우리 시각으로는 토요일 새벽 6시를 전후한 시각이 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금요일 편집회의에서는 만약 한국인 우승자가 나올 경우 ‘속보 자막’을 먼저 ‘때리고’,

정규 뉴스 시간에는 현지 특파원 리포트 한 개와 문화 팀 제작 리포트 두 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발표 시각이 아침 7시 뉴스와 맞물릴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금요일 밤 늦게까지 미리 기사를 대략 써놓아야 했습니다.

결선 진출자 각각에 대한 약력 기사 3개, 그리고 쇼팽 콩쿠르를 설명하는 기사 1개.

기사에 맞는 영상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기존에 찍어놓은 테이프를 미리 찾아놓고,

부족한 것은 음반사나 공연 기획사 여기저기에 연락해 협조를 받았습니다.

쇼팽 콩쿠르를 소개하는 리포트를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우승자 자료화면까지 필요했습니다.

부닌과 폴리니, 당 타이손과 리윈디의 연주 장면을 구했고, 혹시 부족할까 싶어

바르샤바 필하모닉 홀, 쇼팽의 흉상, 자필 악보, 피아노 등의

화면이 담긴 테이프도 구했습니다.

몽땅 다 회사의 영상 아카이브에 입력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급박하게 리포트가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임동민, 임동혁, 손열음이 연주하는 장면으로만 편집한 뉴스용 화면 3개를

미리 만들어놨습니다.

이 때문에 금요일 밤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쇼팽 콩쿠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지는 연주 실황도 보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습니다.

이 화면을 바로 뉴스에 쓸까 생각도 해 봤지만,

폴란드 방송국의 독점 중계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음반사의 지적에

그냥 참고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이 화면을 쓰는 방송사가 있더군요.)

 

그리고 토요일 아침 6시에 출근했습니다.

한국인 우승자가 나올 경우 7시 뉴스에 댈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서였지요,

그런데 발표가 생각보다 늦어지더군요.

결국 저는 쇼팽 콩쿠르 실황을 중계하는 인터넷 화면을 켜놓고 꾸벅꾸벅 졸다가

오전 8시 조금 전, 특파원의 전화를 받고서야 콩쿠르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기뻤습니다. 그리고 아쉬웠습니다. 우승도 내심 기대했었으니까요.

하지만 공동 3위만으로도 소중한 성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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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우쭐했던' 지난 3월의 취재

 

임동민-임동혁 형제는 지난 3월 한국에서 바로 쇼팽 콩쿠르 출전곡으로

릴레이 콘서트를 했었습니다.

그 때 취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우쭐했습니다.

(그 리포트는 정작 당시엔 운이 없어 며칠 연속 빠지다가 결국 '사장'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다시 이 리포트를 틀어보며 '그러게 그 때 좀 틀어주지 이게 뭐람.' 했습니다. )

덕분에 한국에서 별로 연주를 많이 하지 않은 임동민의 연주 화면도 비교적 풍부했습니다.

당시 두 사람이 쇼팽 콩쿠르에 함께 도전하겠다고 인터뷰한 화면도 남아 있었습니다.

 

아침 뉴스 시간은 끝난 다음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급하게 리포트 할 일은 없었지만,

8뉴스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특파원 리포트까지 2개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토요일 편집회의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리포트 세 개로 결정됐습니다.

거기다.... 톱이라니!!

 

많은 동료 기자들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세 꼭지는 너무 과한 거 아냐?' 했고,

나는 '중요하긴 중요하지. 그런데, 세 꼭지나 하게 될 줄은 몰랐어.

난 두 꼭지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랬습니다.

 

평소에 문화 기사가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것에 불만이었던

제 입장에서는 사실 기뻐할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경우 늘어나는 리포트 기사는 결국 다 제가 써야 할 상황이긴 했지만요.

 

현지에서 공연 실황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수상자들의 소감이 생생한 인터뷰로 들어온 것이 무엇보다 돋보였고

(파리 특파원 양철훈 선배가 고생한 덕분입니다.)

뒤에 두 꼭지도 며칠 전부터 미리 준비해 놓은 자료 화면들을 '총출동'시켜

그럭저럭 편집할 수 있었습니다.

KBS와 MBC는뉴스 후반부에 국제부 리포트로 한 꼭지 처리했고,

현지 인터뷰는 물론 없었으며,

'예상한 대로' 임동민의 연주 화면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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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기자의 '자격지심'?

 

그래서 쇼팽 콩쿠르 수상 기사가 '톱뉴스'로 세 꼭지나 나간

토요일 8 뉴스는 최소한 저에게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뉴스가 될 것입니다.

아마 사상 처음일 겁니다. 이런 종류의 기사가 이렇게 여러 꼭지로,

그것도 톱뉴스로 나간 것이.

저는 이런 뉴스 편집에 주말 뉴스라는 특성과 특파원 출장까지 갔다는 점을 고려해

뉴스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편집회의의 전략이 반영됐다고 봅니다.

 

8 뉴스가 그렇게 나가고 나서도,

제가 괜히 어색하고 얼떨떨해,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해 물어봤습니다.

쇼팽 콩쿠르 3위 가지고 너무 '오버'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쇼팽 콩쿠르 수상 기사가 앞에 너무 길게 나갔다는 생각은 안 들어?"

"왜? 좋던데? "

"그래? 우승한 것도 아닌데?"

"야, 그래도 한국인 수상이 처음이라며? 걔네 진짜 잘 하긴 잘 하나 봐."

"응. 그래. 잘하지. 근데, 진짜 너무 길지 않았어?"

"모르겠던데. 나는 정리가 잘 돼서 좋던데?"

 

이른바 '음악계 인사'인 모씨는, 한 술 더 떠

'예전에 정명훈 선생님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했을 때는

귀국 카퍼레이드까지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꺼내며,

'절대 '오버'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흠. 아무래도 제가 '자격지심'이었을까요?

문화 뉴스에 대한, 그동안의 '홀대'에 저 자신부터가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던 걸까요?

어쩌면 시청자들은, 틀에 박힌 편집보다 이런 식의 ‘파격’을 원했던 게 아닐까요?

(어떠셨어요, 여러분?)

 

11월초면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모두 한국에 옵니다.

(사실 임동혁은 일본에서 공연이 있는 형보다 먼저, 한국에 이미 와 있습니다.)

특별한 공연 일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데, ‘쇼팽 콩쿠르 3위’ 수상 이후 첫 귀국이니,

기자회견 같은 ‘세레머니’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챙겨서 보도해야 할 터이니,

아무래도 ‘쇼팽 콩쿠르’의 ‘여진’은 한동안 계속될 모양입니다.

 

또 뵙겠습니다. 부쩍 날이 차가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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