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마치 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과 도쿄에서 회담해 12월로 예정된 한.일 셔틀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 "현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반 장관은 이날 오후 일본 외무성 이이쿠라(飯倉) 공관에서 1시간 30분 간 열린 회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12월 일본 실무방문을 희망한다"는 마치무라 외 상의 요청에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이혁 외교통상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전했다.
그러나 반 장관은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양 국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APEC 의장국으로서 전체 일정을 보아가며 검토하겠다"며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반 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 배와 관련 "한.일 관계가 미래협력의 관점에서 발전해야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지 난 17일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여러 가지로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주었다"며 "참배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반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총리의 과거사 인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 쟁을 하지않겠다는 결의로 참배한다는 총리의 변은 야스쿠니신사가 침략전쟁에 책임 있는 A급 전범을 합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화될 수 없다"며 "참배는 과거사의 사 과와 반성을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3의 추도시설 설립 여부와 관련, 반 장관이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일본측이 검토 의사를 밝힌 만큼 구체적.적극적 조치를 취해달라며 총리의 결단을 요구한데 대해 마치무라 외상은 일본 국민.정치권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총리가 판단할 문제"라고 확답을 피했다.
반 장관이 지난 25일 도쿄지법이 소록도 한센인들의 보상관련 청구를 기각하면 서 대만 한센인의 청구는 받아준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소록도 한센 인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자 마치무라 외상은 "기본적 으로 사법부의 판단이지만 이와 별도로 정부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마치무라 외상은 소록도 한센인 문제에 대해 "한국측에 좋은 대답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반 장관은 해외거주 원폭피해자가 현지에서 건강관리수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일본 정부의 조치를 평가하면서 피폭자수첩도 현지공관에서 발급되도록 외교적 조치를 요청했으며 마치무라 외상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회담은 1시간 30여분간 진행됐다. 이혁 국장은 "회담의 40분 가량이 야스쿠니와 역사 문제에 할애됐다"며 "매우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다"고 회담장의 모습을 전했다. 반 장관은 최근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좋지 않다는 사실까지 전하며 우리 정부의 유감과 실망을 단호한 어조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 앞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오찬을 겸한 북핵 관련 협의를 갖고 양국이 전략과 전술에 다소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 목표에서 완전 일치하며 다음달 3일 베이징(北京)의 북.일 협상이 6자회담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