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1일 참여연대가 '안기부 X파일'을 근거로 고발한 삼성의 1997년 대선자금 제공 사건과 관련,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홍석현 전 주미대사에게 2차 소환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홍 전 대사에게 1차 출석 통보를 한 지 3주가 지났는데 귀국하지 않고 있어 오늘 다시 소환했다. 출석날짜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가급적 조속한 시일에 출석해서 조사에 응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회장은 아직(소환을 위한) 접촉 대상이 아니다"며 이 회장 소환조사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홍 전 대사에게 1차 출석 통보를 했으나 홍 전 대사가 "주변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귀국을 미루자 이번에 다시 소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전 대사가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강제로 출석시키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지난달 22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홍석현 전 대사 등이 장기간 도피성 해외체류를 할 경우 외국 당국과 사법공조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어 검찰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현대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있었던 2000년 3월 이후 정주영 전 명예회장 등 현대그룹 경영진의 통화내용도 도청한 정황을 잡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같은 시기에 추진됐던 현대의 대북사업 관련 정보도 몰래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중 당시 국정원장을 지냈던 임동원씨를 소환, 현대그룹과 대북사업 관련 인사들에 대한 불법 감청을 지시하거나 도청 정보를 보고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현대그룹 등에 대한 불법 감청이 최종 확인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의 공소시효(2002년 3월 법 개정 이전 행위는 5년)가 만료된 점을 감안, 다음 주초 기소하는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공소장에는 이를 포함시키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