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50년 전, 가난때문에 내지 못한 병원비를 이제야 갚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칠순 노인이 편지 한통을 보내왔습니다.
그 가슴 뭉클한 사연을, 테마기획 송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어제(8일) 오전 서울 적십자 병원에 봉투 하나가 배달됐습니다.
봉투에는 편지 한 통과 함께 500만 원권 자기앞수표가 들어있었습니다.
[전정희/서울적십자병원 총무과 : 이렇게 봉투에 돈 넣어서 보내는 경우가 사실은 흔한일이 아니거든요. 잘못 온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읽어봤죠.]
파란색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 자신을 70살 이모 노인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씨는 50년 전 한국전쟁 직후 급성 맹장염에 걸려 인근 병원에 갔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당했습니다.
무작정 찾아간 적십자 병원.
다행히 내과 여의사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완쾌됐습니다.
"울며 사정을 했더니 '젊은 사람 살려야지, 내가 책임을 질 테니 수술하자'해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진료비 때문에 몰래 도망치고 말았다고 고백합니다.
"돈을 구하려 해도 구하지 못해 제가 밤에 병원 뒷문을 통해 나왔습니다."
이제 칠순 노인이 된 이씨.
이씨는 지금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50년간 가슴을 짓눌러왔던 병원비를 갚기로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50년 전 입원비를 갚으려고 합니다. 원장님께서 받으시고 용서를 하시면 저는 편안한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한선/서울적십자병원 원장 : 그분과 똑같이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환자를 위해서 치료비로 사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