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의 통합적 논술 고사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술에 대비해야 한다’며 책 읽기를 권하는 광고가 부쩍 더 늘었습니다.
한 유명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은 서울대 추천 필독도서가 많이 포함됐다고 선전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독서도 시험 공부하듯 해야 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어쨌든 덕분에 학생들이 책을 예전보다는 더 많이 읽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입 시험제도의 변화 때문에 한 편에서는 부분적인 ‘독서 열풍’이 불 태세지만, 인터넷 시대, 책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만 가는 게 전체적인 추세인 것 같습니다.
SBS 매거진이 8월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SBS 매거진은 지난 91년부터 발간된 사외보입니다.
SBS 프로그램 이야기와 배우, 방송인 인터뷰, 생활 정보와 문화 정보 등등으로 채워지는,
70여 쪽 분량의 월간지입니다.
SBS 매거진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인쇄매체가 매력적이지 않은 시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분초 간격으로 연예계와 방송가 이야기가 업데이트되는데,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사외보가 당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회사로서도 열독률이 떨어지는 매체를 굳이 예산을 써가면서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이미 KBS도 비슷한 성격의 잡지를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폐지했다고 합니다. SBS 매거진 편집 팀은 앞으로 사외보를 '웹진' 형식으로 발간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SBS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고정 코너를 연재해온 필자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은 섭섭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SBS 매거진은 저를 ‘인터뷰어’가 아니라, ‘인터뷰이’의 입장에 서게 한 잡지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1년, 모닝와이드에서 매주 문화 코너 출연을 맡고 있었던 시절, 외부 기고가가 저를 인터뷰해 실은 글이 나간 적이 있거든요.)
저는 1년 조금 넘게 SBS 매거진에 '김수현의 공연 산책'이라는 이름의 칼럼을 써왔습니다. 공연 프리뷰나 리뷰를 하기도 했고, 예술가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정해진 마감 시간이 없는 뉴스 사이트의 이 칼럼(혹은 뉴스레터)과는 달리, 매거진의 칼럼은 매달 마감날짜에 맞추느라 무척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덕택에 한 달에 한 편씩은 어떤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SBS 매거진에 기고했던 글은 조금 다듬어서 인터넷의 문화가 산책 칼럼과 뉴스레터로도 썼으니, (***이 글은 SBS 매거진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어쩌고 하는 문장, 기억나시죠?^^) '1석 2조'였던 셈입니다.
저는 아직도 모니터에 떠오른 글자보다는 종이에 인쇄된 활자를, 그리고 인터넷보다는 책이라는 매체를 더욱 친숙해 하고 좋아하는 세대입니다.
이메일에 첨부돼 오는 수많은 보도 자료들도 컴퓨터 모니터 상에서 읽기보다는 굳이 다시 출력해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종류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 글도, 책의 활자로 인쇄돼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것이 무척이나 뿌듯했던 것이지요.
앞으로 저는 매달 원고료 명목으로 받던 약간의 현금이 아쉬울지 모르고,
때가 되면 전화로,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해 오던 매거진 편집 담당자의 원고 독촉이 그리울지도 모르고,
매달 막판까지 뭘 쓸지 결정하지 못하다가,
결국은 마감 마지막 날 새벽까지 눈이 벌개진 채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글을 '짜내던' 날들을 추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렇게, '인쇄매체로서의' SBS 매거진과 이별을 고합니다.
안녕.
부족한 내 글을
빳빳한 종이 위에 까만 활자로 찍어내,
매달 세상으로 내보내 주던 책이여.
(***기자 블로그
http://ublog.sbs.co.kr/shkim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