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 같은 대작에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의 진수를 선보여 흥행 감독의 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하게 되는데 이 작품들의 밑에 깔려있는 공통적인 요소는 미국적 정의의 승리였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인간복제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진실2019년, 지구의 오염때문에 인류는 멸망했고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는 극적으로 구조돼 같은 처지의 수백명의 사람들과 거대한 건물안에서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똑같은 옷에 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또 몸상태를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 등에 의문을 갖지만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복권에 당첨돼 최후의 낙원인 아일랜드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링컨의 친한 여자친구인 조던2 델타(스칼렛 요한슨)가 아일랜드로 가는 행운을 맞게 되는데 링컨은 궁금증을 참다 못해 통제구역에 들어가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이를 낳아 자동적으로 아일랜드에 가게 됐다던 산모는 아이를 낳자마자 죽임을 당하고 그 전날 당첨됐던 덩치 좋은 흑인 친구는 간을 꺼내는 수술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현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링컨은 조던을 설득해 탈출에 성공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엔지니어 맥코드(스티브 부세미)를 찾아가 자신들이 머물렀던 곳은 최후의 피난처가 아니라 복제인간 생산 공장이었다는 사실을듣게 됩니다.
조던 2 델타의 원래 주인인 조던이 사고를 당해 48시간안에 장기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복제인간 공장의 책임자인 메릭(숀 빈) 박사는 프랑스 용병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불러 이들을 잡으려 하는 상황에서 ?고 ?기는 숨막히는 액션이 벌어집니다.
"여유 있으면 복제인간 하나 만들어 두시죠?"미래의 시점에서 로봇이나 인조인간을 다룬 SF 영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불의의 사고나 노화로 인한 죽음을 맞이했을때 그 죽음을 피해 최소한 몇십년 더 살 수 있는 해답이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복제 인간을 만들어 두는 것이라는 설정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의 차원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을 원하는 능력있는 부자의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라는 전제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황우석 박사의 연구성과에 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한줄기 희망을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만 요즘 아기를 낳을 산모들에게 다가와 속삭이고 설득하는 제대혈 보관 업자들의 타당성 있는 설명에 수백만원의 비용을 따져보며 솔깃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여집니다.
메릭 박사는 자신의 연구성과를 상업화 하면서 고객들과 국방성에는 복제인간들이 일종의 혼수상태로 유지된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뜻하지 않은 부작용인 주인님의 기억을 그대로 복원해낸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전면적인 '리콜'을 단행합니다. 결국 복제인간들에게는 대량학살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이런 철학적인 질문과 정체성의 의미에 대한 골치아픈 성찰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곧바로 현란한 미래세계의 볼거리들과 추격전의 액션으로 빠져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적통 계승, 그 방향은?땅과 하늘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하늘을 나는 모터사이클, 미래의 자기부상열차, MSN이 스폰서하는 안내 시스템 등 갖가지 볼거리로 무장한 액션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복제인간 링컨이 진짜 주인인 유명 디자이너 링컨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진짜 조던은 정체성의 혼란에 고민하기 보다는 같이온 유명모델의 복제인간인 조던에게 추파를 던지게 만듭니다.
비밀공장 근처에서 약간 변태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맥코드가 이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또 도망갈 요령을 알려주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독특한 마스크와 목소리로 감초 역할의 조연을 톡톡히 하는 스티브 부세미가 가장 생동감있는 캐릭터라면 무자비하게 주인공을 추격하다가 갑자기 회개해서 이들을 돕는 흑인 용병대장은 가장 설득력이 떨어지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들이 도망나와 들른 시골의 허름한 술집에서 용변에 관한 속어를 못 알아듣는다거나, 작업거는 남자의 '번호'를 알려달라는 뻔한 질문에 신선하게 대답하는 조던의 말을 놓치지 말고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아일랜드]는 미래의 복제인간을 다루고 있지만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처럼 심각한 성찰과 질문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여름 더위를 잠시 잊어버리고 수백만 달러를 들인 '파괴의 미학'으로 무장한 액션 블록버스터이고 마이클 베이는 이를 시각화하는데 가장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감독으로 헐리우드의 적통을 이어가고 있고 그 진화의 방향이 궁금한 감독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