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 글에서 ‘밀가루 놀이 가루야 가루야’를 소개했었는데, 이번에는 ‘숲속 놀이창고(9월 11일까지, 코엑스)’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가루야 가루야’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흙놀이 바투바투’의 연출자 이영란 씨가 연출했는데, 이 ‘숲속 놀이창고’는 ‘바투바투’를 제작했던 회사가 새로 제작한 공연(혹은 전시?)입니다. ‘가루야 가루야’와 ‘숲속 놀이창고’가 둘 다 ‘바투바투’의 ‘대를 잇는’ 작품임을 내세우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물론 ‘숲속 놀이창고’의 연출자는 바뀌었습니다. 조형 미술 교육 연구가인 양경희 씨가 구성 연출을 맡았습니다.
‘숲속 놀이창고’는 ‘바투바투’의 ‘흙 놀이’를 그대로 가져오되, 물 놀이, 바람 놀이 등을 추가해 구성을 바꿨습니다. 제목 그대로 ‘숲 속’에서 노는 듯한 느낌을 가지도록 한 것이죠. ‘바투바투’에서도, ‘가루야 가루야’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공연들은 관객이 먼저 맨발이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색적입니다. 거추장스러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이 되어 공연장에 발을 들여놓는 과정 자체가, 관객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밀가루 놀이나라’로, 혹은 ‘숲속 나라’로 들어가는 ‘통과의례’인 셈입니다.
관객들이 맨발로 공연장(혹은 전시장)에 들어서면, 부드러운 흙이 제일 먼저 느껴집니다. 평소에 느껴보기 어려운, 시원하고 상쾌한 감촉입니다. 곳곳에 푸른 나무와 풀이 보이고,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립니다.
첫 번째 방은 ‘물이랑 놀자’ 방입니다. 조금 옹색하긴 하지만, 둑을 쌓아 만든, 졸졸 물이 흐르는 시냇가에서 장난을 칠 수 있습니다. 또 물총으로 유리창 위에 물을 뿌리면 나타나는 갖가지 모양을 즐길 수 있고, 날아다니는 비눗방울로 ‘색색 방울 그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다음은 ‘바람이랑 놀자‘ 방입니다. 한쪽 칸에는 색색의 꽃잎이(진짜 꽃잎은 아니고, 색색의 종이들) 수북이 쌓여 있어서, 마음껏 꽃잎을 날려보고 꽃잎 위로 뒹굴면서 놀 수 있습니다. 색색으로 늘어진 천 사이를 뛰어다니며 바람을 느껴 볼 수 있고, 바람 요정 옷을 입고 그림자 놀이도 합니다.
‘흙이랑 놀자’ 방이 마지막. 이 방에서는 마음껏 흙장난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방에서 가장 신나게 노는 것 같았습니다. 옷에 흙이 묻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우굴과 터널을 드나들며 숨바꼭질을 합니다. 흙을 쌓아 만든 작은 동산을 꾸밀 수도 있고, 엄마와 함께 흙으로 음식도 빚고 그릇도 만들어 소꿉놀이를 합니다.
제작사에서는 옹기토 30톤을 깔아 도심 속 ‘인공의 숲’을 만들었습니다. ‘가루야 가루야’ 에서도 그랬지만,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숲속 탐험을 무척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숲속 놀이창고’ 제작사에서는 매주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 어른들만 입장시켜 놀게 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바투바투’는 지난해 첫 공연 때 7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공연계 히트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숲속 놀이창고’와 ‘가루야 가루야’는 ‘바투바투’ 이후 많아진 ‘놀이 체험 공연’ 가운데 ‘대표선수’로,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벌써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꼭 이런 종류는 아니더라도, 요즘 많은 어린이 대상 공연들이, 관객을 가만히 객석에 앉아있게 하기보다는, 중간에 직접 배우고 따라해 보는 순서를 집어넣어, 관객을 공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공연에서 ‘놀이’와 ‘체험‘이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해진 것이죠.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서울 발레 시어터와 정동극장 주최 공연 ‘아이 앰 발레리나! 발레리노!’가 그랬고, 제가 다음번 글에서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 국악 동요 콘서트 ‘시리동동 거미동동’이 그렇습니다.
이런 공연들은 바깥 놀이 기회가 많지 않고,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친구 삼아 자라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줍니다. 또 유년의 향수를 느끼는 어른들에게도 친근감을 줍니다. 어린이 공연이라고 해도 결국 표를 사는 사람은 어른들입니다. 많은 어른들에게, ‘야, 우리 아이도 이런 체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런 공연들은 아주 매력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곧 다시 뵙겠습니다. 행복한 나날 보내세요.
**기자 블로그 http://ublog.sbs.co.kr/shkim0423
‘바투바투’와 ‘가루야 가루야’의 연출자 이영란 씨의 인터뷰도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덧붙입니다. '숲속 놀이창고'의 연출을 맡은 양경희 씨 이름을, 제가 실수로 '송경희 씨'라고 썼다가 수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그리고 양경희 씨께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