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투표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수근 선수. 프로 인생 9시즌만에 통산 도루 3위에 오른,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대도' 중 하나이지요.
하지만 올시즌만 보면, 정수근의 발이 팀에 도움이 되는지 고개가 갸웃거려 집니다.
성공한 도루는 당연히 팀의 득점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가령, 선두타자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다면 득점 가능성은 얼마나 높아지는 걸까요?
예전에 한번 등장했던 표를 다시 보시죠.
(주자 상황-아웃카운트별 '이닝이 끝날 때까지 기대할 수 있는 득점')
주자상황 아웃카운트
1루2루3루 0아웃 1아웃 2아웃
X X X 0.454 0.249 0.095
O X X 0.783 0.478 0.209
X O X1.068 0.699 0.348
O O X 1.380 0.888 0.457
X XO 1.277 0.897 0.382
O X O 1.639 1.088 0.494
X O O 1.946 1.371 0.661
O OO 2.254 1.546 0.798
위 표에 따르면, 무사 1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득점은 0.783점입니다. 무사 2루에선 1.068점을 기대할 수 있죠. 고로1루 주자가 2루를 훔쳤다면 기대할 수 있는 득점을 0.285점 높이는 셈입니다.
고로 '무사에서 성공한 2루 도루의 득점 가치'는 0.285점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모든 아웃카운트-주자상황에서의 도루의 득점가치를 구한 뒤, 발생 빈도에 따른 평균을 구하면 '성공한 도루'의 득점가치는 '0.3점'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실패한 도루'는 득점 가능성을 줄이겠죠?
가령 무사에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고 해 봅시다.
무사 1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득점은 0.783점이죠.도루하다가 아웃됐다면 1사에 주자 없는 상황이 됐겠네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점수는 0.249점입니다. '기대 점수'가 0.783점에서 0.249점으로 줄어든 것이죠. 노아웃에서 2루 도루 실패는 '마이너스 0.534점'의 '역적짓'이 되는 셈입니다.
모든 아웃카운트-주자상황에서의 '실패한 도루'의 손해치를 계산해 보면 약 '-0.6점'으로 계산됩니다.
'성공한 도루'가 높여주는 득점 가능성보다, '실패한 도루' 때문에 발생하는 손해가 두 배 가까이 크죠.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도루를 시도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실패할 가능성의 두 배가 안 되는 선수는 뛰면 안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도루 성공률이 66%가 넘지 않으면, '안 뛰느니만 못하다'는 거죠.
6월 29일 현재, 정수근은18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반면 12번 '횡사'했습니다. 도루 성공률 60%. 도루로 번 점수가 5.4점인 반면 도루 실패로 까먹은 점수가 7.2점이니까 정수근의 발은 팀공격에 -1.8점이라는 '해'를 끼친 셈입니다. 정수근은 올시즌 3번의 주루사로 이 부문에도 선두의 불명예를 차지했네요. 반면 동생 정수성은 16번 훔치는 동안 딱 한 번 실패로 짭짤한 '발 장사'를 한 셈입니다.
'도루 실패'의 문제는 정수근만이 아닌 롯데 팀 전체의 문제로 보입니다. 6월 29일 현재 롯데가 성공한 도루는 53개인 반면 실패한 도루가 30개이죠. 성공률이 '손익분기점 66%보다 3% 모자랍니다. 뛰어서 점수를 번게 아니라 2.1점 가량 '까먹은' 셈이죠. (성공률이 53%에 불과한 SK은 '지금 당장 그만 뛰어야 할' 팀이 되겠네요)
도루로 가장 남는 장사를 한 팀은 108번 뛰어 83번을 성공시킨 LG였습니다. 올시즌 현재까지 도루로만 10점 가까운 순이익을 얻었네요. 'LG 발야구단'이라는 별명답게, '발'로만 순수한 1승 이상을 번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