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를 놓고 교육부와 교원단체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이미 자체적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서울 목동에 있는 한가람고등학교와 서울 중동고등학교와 중학교, 또 부산의 가야고등학교 등이 그렇습니다. 물론 각 학교 별로 평가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교원평가제 찬반 논쟁이 한창인 지금 교원평가를 이미 시행해오고 있는 학교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목동에 있는 한가람 고등학교. 이 학교는 지난 97년 개교한 이래 학생들이 교사들의 수업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식 명칭은 ‘수업 만족도 평가’입니다. 학생들은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선생님들을 평가하는데,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업내용이 나의 공부와 성적향상에 도움이 됐다.
2. 수업 분위기가 잘 유지되었다.
3.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수행평가 등 각종 평가가 적절했다.
4. 나는 이 수업에 열심히 참석했다.
이런 항목에 대해 학생들은 1점부터 5점까지의 점수를 매깁니다. (처음 평가를 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선생님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는데... 감히 선생님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니....) 각 영역별로 5점 만점의 점수가 매겨지는데, 이 결과는 교사들에게 개별 통보됩니다. 각 항목별 평균 점수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개별 교사들은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한가람고등학교는 학생들의 평가 결과를 상여금과 연계를 시키고 있습니다. 전체 교사의 상위 30%는 해당 학기의 상여금을 100% 다 받고, 다음 40%는 90%의 상여금을, 하위 30% 교사들은 상여금의 80%만 받게 됩니다.
학생에 평가에 따라 교사의 능력이 평가되고, 게다가 상여금까지 좌우된다니...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수업을 준비하는 면이나, 생활 지도를 하는 면에서 좀 더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좋은 의미의 ‘긴장’입니다. 학생들도 비교적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생님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것은 넓은 의미로 말하자면 자신이 수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평가를 계속하면서 수업의 내용이 좋아지고, 결국 만족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서울 일원동에 있는 중동중학교도 지난 98년부터 교원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학교는 학생에 의한 평가 대신 동료교사들에 의한 수평 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 의한 평가만큼은 아니겠지만, 교사들은 역시 과거의 교장, 교감에 의한 형식적인 하향식 평가와는 다른 실질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평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서울 중동고등학교와 부산의 가야고등학교도 자체적인 교사 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평가를 통해 얻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수업의 질’이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사들은 남을 평가해 보기만 했지 반대로 평가를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스스로 수업에 대해 평가하고, 반성하는 교사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제 3자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와는 크게 다르다고 봅니다. 교육의 최종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에 의한 평가는 자신의 수업을 반성하고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잣대’와 ‘정보’가 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수업의 질은 분명히 좋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물론 앞으로 시범실시하게 될 교원평가의 궁극적인 목표도 ‘수업의 질 향상’으로 맞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여러 가지 여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우선 교사들이 본연의 임무인 ‘수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온갖 잡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현재 우리 교사들은 일주일에 들어가야 하는 수업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또 수업 외에도 여러 가지 잡무가 있고, 처리해야 할 공문도 많은 편입니다. 수업을 잘 하라고 압력만 넣을 게 아니라 수업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는 절실합니다. 또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평가의 공정성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평가에 참여하게 된다면 ‘인기’ 위주의 평가도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런 몇 가지 요건만 잘 갖춰진다면 교원평가제는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아예 교원평가제 시행을 포기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