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들어온 뒤 특별한 수사가 필요할지도 의문입니다. 이미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은 형사 재판이 모두 끝나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씨의 혐의도 상당 부분 정리가 끝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책임 범위를 놓고 조금 변동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볼 때 게임은 끝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씨의 귀국을 놓고 왜 이렇게 온갖 주장이 돌고 있을까요. 이른바 대우에서 근무했던 386 출신 인사들이 김씨에 대한 선처를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정치권 등에서는 김씨가 들어오자 마자 곧바로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김씨 측에서는 8.15 사면을 목표로 귀국을 준비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정치권의 일부 인사의 무책임한 언행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습니다. 김씨는 지금 수배자 신분입니다. 인터폴에 적색 수배(red notice) 상태입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고 들어오면 즉시 구속영장이 청구될 사람입니다. 그런데 집권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베트남에서 그를 만나 얘기를 듣고 와서는 자랑하듯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자기가 이해찬 총리와 친하기 때문에 김우중씨가 만나줬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들이 결국 김우중씨와 현 정부와의 막후 협상설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최근 대우맨으로 불렸던, 김우중씨의 핵심 측근이었던 모 인사는 수시로 방송 인터뷰는 물론 생방송 출연까지 해가며 김씨의 뜻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김씨의 부인 정희자씨의 해외 출국을 동행 취재해가면서 동향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 저마다 귀국일 맞추기 경쟁을 벌인 지도 제법 됐습니다. 수일 내에 귀국을 한다고 하니 누가 맞췄는지도 곧 판가름이 나겠군요.
막후 협상설에 사면론까지 제기되면서 당시 대우 파문으로 피해를 당했던 사람들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또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처 움직임을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바야흐로 이번 한 주의 화제는 단연 김우중씨가 될 것 같습니다.
검찰이야 당장은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혐의가 너무 무거워 귀국 즉시 체포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규모 경제 범죄에 대해, 일단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되고 마는 것을 하도 많이 보아온지라,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지 잘 판단이 가질 않습니다.
또 지난번 불법 대선자금 관련 기업인들, 특히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사면할 때처럼 경제인 봐주기에 있어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경제 살리기'라는 주문을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학습효과에 따른 예단이, 이번에는 좀 들어맞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