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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우리 사회 최고의 도덕률...

국적 포기자 급증, god 멤버인 손호영씨의 국적 포기 파문, 이광재 의원의 단지 사건... 요즘 들끓는 여론이 이들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는 바로 병역 의무 때문입니다. 사실 원정 출산을 해서라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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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포기자 급증, god 멤버인 손호영씨의 국적 포기 파문, 이광재 의원의 단지 사건... 요즘 들끓는 여론이 이들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는 바로 병역 의무 때문입니다.

사실 원정 출산을 해서라도 미국 국적을 가지려는 이유가 바로 병역 의무를 피해갈 수 있는 손쉬운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해 국적법이 개정되자 개정 법률이 공포되어 시행되기 이전에 서둘러 국적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던 것이지요.

■ 5월 6일~23일 사이 1820명 국적 포기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인 지난 6일부터 새 법이 공포되기 직전인 23일까지 사이에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1820명이었다고 합니다. 그 중의 대부분이 남자였다고 하지요. 이들이 국적을 포기한 이유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바로 병역 문제입니다. 일단 입영 대상이 되는 시점에 우리 국적을 포기한 뒤 입영 대상에서 제외되는 나이에 다시 국적 회복을 하는 방법이죠.

원래 미국 시민권자로 우리 국적을 가질 수 없었던 god 멤버 손호영씨는 같은 시기에 행정 착오로 나와 있던 우리 국적을 포기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경우입니다. 가수였던 유승준씨도 비슷한 경우였는데 유씨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하던 도중 돌연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다가 다시는 우리 나라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지요.

그런데 손호영씨는 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일단 우리 국적은 버린 상태인데 귀화 신청을 해서 우리 국적을 취득한 뒤 군대에 가기로 했다는 것이죠. 유승준씨가 준 학습효과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만, 어쨌든 병역 문제에 관한 한 용서가 없는 여론을 정확히 읽었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 "병역 문제에 관한 한 용서는 없다"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과 관련해 곤경에 처해 있는 열린우리당의 실세 초선인 이광재 의원을 정말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유전 사건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심보다는 오른손 검지를 절단한 이유입니다. 이 의원은 이전에는 공장에서 손가락을 사고로 잘렸다고 주장해 왔었는데 지금은 군대에 갈 경우 보안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해 동지들을 배신하게 될까봐 손가락을 잘라서 혈서를 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의원은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 상황을 빼고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여론은 이의원의 거짓말(사고로 절단당했다던)과 함께 어쨌든 병역 기피 아니냐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만약 거짓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 당시에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병역 의무에 관한 한 용서가 없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해도 납득할 것 같은 분위기였으면 이의원인들 거짓말을 굳이 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물론 거짓말을 하다보면 그게 다시 부메랑이 되어 원래의 사건 자체보다도 거짓말이라는 게 자신의 목을 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차라리 처음 문제가 되었을 때 당당히 정면 승부를 벌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지금은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지요. 우리 축구를 4강에 올려놓은 월드컵 전사들 가운데 군대에 가야하는 젊은 선수들은 모두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습니다. 올림픽에 나가서 훌륭한 성적을 거둬도 같은 혜택을 받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것은 아니죠. 종목에 따라서 혜택의 정도가 다른데 그것도 그 종목에 대한 인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바둑 황제 이창호도 병역이 면제되었지요. 국위를 드높였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된다 안 된다 말이 많았는데, 여론은 면제를 지지했습니다. 바로 지금, 황우석 교수에 대해서 3대까지 병역을 면제해야 한다는 말도 인터넷에 공공연히 떠돕니다. 병역 면제는 우리 사회가 부여할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인 듯 합니다.

■ "손가락 잘라서라도 안 가려는 군대, 꼭 보내야 하나?"

반면에 이런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가혹한 비판과 사회적 처벌이 뒤따릅니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 문턱에서 두번이나 좌절한 것도 결국은 아들 정연씨의 병역 문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정말 우리 나라에서 가장 무소불위의 도덕률의 기준은 바로 병역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남북 대치 상황, 그리고 유달리 잦았던 외침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 부분이 아닙니다만, 글쎄요, 누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안 가려고 했던 군대를 꼭 보냈어냐 하느냐고요. 물론 대체 복무 문제라든지 다양한 사회적 시스템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긴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 공개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병역 문제 앞에는 용서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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