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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돈키호테 주인공은 '빨간 옷 입은 언니'

지난 주 토요일, 유니버설 발레단의 발레 돈키호테를 봤습니다. 돈키호테를 처음에는 돈키 호텔로 알아들은 딸 은우와 함께였습니다. 딸에게 발레의 제목은 돈키 호텔이 아니라 돈키호테이며, 돈키호테는 책 속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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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유니버설 발레단의 발레 '돈키호테'를 봤습니다. '돈키호테'를 처음에는 '돈키 호텔'로 알아들은 딸 은우와 함께였습니다. 딸에게 발레의 제목은 '돈키 호텔'이 아니라 '돈키호테'이며, '돈키호테'는 '책 속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착각해 자신이 기사라고 생각하는 재미있는 아저씨'라는 사실과 함께 간략한 줄거리를 설명해 주고 나서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발레 '돈키호테'는 돈키호테 원작 소설 가운데 키트리와 바질의 사랑 이야기만을 따서 구성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스페인 풍의 춤이 경쾌한 느낌을 주는, 유쾌한 희극 발레입니다. 저도 2000년 국립발레단의 김지영-김용걸 씨가 출연했던 공연을 본 이후 몇 년만에 처음 보는 작품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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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푹 빠져서

딸은 객석에 앉아 엄마 아빠 핸드폰은 껐느냐고 확인까지 하며 공연 볼 준비를 하더니, 막이 오르자마자 공연에 '홀딱'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스페인 무희, 투우사들의 활기찬 춤이 펼쳐지는 화려한 무대를 한 눈 팔지 않고 주시했습니다. 신이 난 나머지 팜플렛을 접어서 부채 모양을 만들어, 앉은자리에서 까딱거리며 무용수들의 손동작을 따라했습니다. 주역 무용수들의 능청스런 연기에는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말렸지만,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습니다.

제 딸뿐 아니라 저도 공연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발레 '돈키호테'는 사실 '돈키호테'라는 인물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젊은 연인 키트리와 바질에 초점에 맞춰져 있습니다. 춤의 비중으로 볼 때도 돈키호테보다는 사랑하는 젊은 남녀의 춤에 더욱 무게를 싣는 게 당연하겠지요. 여기에 밍쿠스가 작곡한 유쾌한 음악은 무대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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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경-이원국, 환상적인 이들의 무대

투우사와 집시의 춤, 플라멩코 같은 스페인 춤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는 1막이 끝나면, 2막에서는 고전 발레의 우아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키트리는 2막 돈키호테의 꿈 속 장면에서 공주로 출연해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3막 결혼식 장면, 두 사람의 '그랑 파드되(2인무)'는 발레 팬들이 손꼽는 명장면으로 발레 갈라 공연의 단골 레퍼토리입니다. 키트리의 32회전 푸에테(회전 동작), 바질의 현란한 도약과 회전은 무용수의 뛰어난 기교와 표현력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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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공연은 키트리와 바질로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임혜경 씨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지도위원을 지냈던 이원국 씨가 출연했습니다. 임혜경 씨는 어린 아기를 둔 '아줌마 발레리나'라는 사실이, 이원국 씨는 발레리노로서 환갑에 해당하는 30대 후반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과 활력이 가득한 무대였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갈고 닦아온 '내공'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춤 실력뿐 아니라 연기력도 뛰어나 작품의 희극적이고 유쾌한 분위기가 생생하게 전달됐습니다.

특히 이원국 씨는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지난해 말 '호두까기 인형'의 왕자 역으로 출연한 이후 오랜만에 선 무대였습니다. 저로서는 지난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이후 그를 무대에서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관객들도 고대해 왔던 모양인지,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환호했습니다. 그는 임혜경 씨를 깃털처럼 가볍게 들어올리고, 고난도 도약과 회전 동작을 가뿐하게 소화해내며,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줬습니다.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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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돈키호테' 주인공은 누구?

만족스런 기분으로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딸이 묻습니다.

"엄마, 근데, 주인공이 누구야?"

"글세, 제목이 돈키호테니까, 돈키호테 아저씨가 주인공인가? 넌 어떻게 생각해?"

"나는 아닌 것 같은데? 빨간 옷 입은 언니(키트리. 1막에서 키트리는 빨간 색 의상을 입고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가 춤을 제일 많이 추니까, 이 언니가 주인공 아니야? 책(프로그램 표지를 가리키는 말)에도 이 언니가 그려져 있잖아."

저는 딸의 '센스'에 흐뭇해 하다가, 순간 며칠 전 연극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을 보고 나선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해서 절 실망시킨 일을 떠올렸습니다. 이 연극에서는 결말 부분에서 할머니와 딸의 화해가 이뤄지는데, 딸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자기 자식을 '영재'로 착각한다는데, 나도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하며 혼자 웃었습니다.

딸은 집에 돌아와서도 발레를 한다며, 혼자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두 팔을 펼친 채로 한 쪽 다리는 들어올리는 동작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돈키호테'가 지금까지 본 발레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며, 다시 보고 싶다고 합니다. 데리고 간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돈키호테'에서 연륜 있는 두 주역 무용수의 환상적인 호흡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런 게 공연 보는 즐거움이겠지요.

조만간 새 소식 갖고 뵙겠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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