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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락 카페]

하드락 카페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BR BRBR 낙원, 무릉도원, 천국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파라다이스는 원래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유래 된 말이라고 합니다. 처음 이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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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락 카페 -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낙원, 무릉도원, 천국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파라다이스는 원래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유래

된 말이라고 합니다. 처음 이 단어를 서양에 소개한 사람은 크세노폰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작가로 페르시아에서 벽으로 주위를 둘러싼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서 그것을 그리스에 전했

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아름다운 정원을 의미하던 이 파라다이스라는 말은

본래의 의미를 훌쩍 뛰어넘어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에덴동산을 묘사하는 말로도 사용되기

도 합니다. 또 인류가 꿈꾸는 이상향의 낙원 또는 죽어서 가는 천국이라는 의미로 사용되

기도 합니다. 수 천년의 세월은 지상에 존재했던 파라다이스를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머나먼

이상향의 세계 속으로 옮겨놓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 스스로가 이렇게 지상의 파라다

이스를 그렇게 먼 이상향의 세계로 떠나보냈기에 항상 그리워하고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르

겠습니다.

뮤지컬 '하드락 카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주무대는 바로 클럽 파라다이스입니다. 성인 남

성들을 상대로 야한 쇼를 보여주는 클럽 파라다이스에는 당연히 술과 여자가 넘쳐나는 주지

육림의 세상이 밤마다 펼쳐집니다. 클럽의 이름은 이상향의 세계인, 인간의 영원한 동경의

세상인 파라다이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곳은 타락과 탐욕 그리고 질시 등 현실세계의 가장

추악한 모습들을 집약적으로 모아 놓은 장소를 상징합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 측면

에서 보면 그곳은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항상 무의식적으로 지향하는 파라다이스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욕망이 종국에는 고통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궁극적 이

상향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욕망과 타락이라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이란 인간이

라면 누구나 원초적으로 갖고 있는 원초적 나약함일지도 모릅니다.

### 섬, 그곳은 세상과 단절된 곳이 아니라 곧 우리의 현실이었다 ###

클럽 파라다이스가 뮤지컬 '하드락 카페'의 구체적 배경이라면 이 작품의 관념적 배경은 바

로 '섬'입니다. 육지와 떨어진 세상, 현실과 단절된 바로 '섬' 말입니다. 지난 2000년 상영해

당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섬'의 감독 김기덕은 그에게 있어서 섬은 "멀리서 보면 신비롭고

매력적이지만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추하기 그지없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말했습

니다. 그리고 그는 영화 속에서 세상과의 소통을 끊기 위해 도망쳐온 전직 경찰관과 우연히

인연을 맺게되는 한 여인과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결국엔 세상과의 소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섬으로 도망쳐 왔지만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또 다른 형태의 소통을 하게되는 모순을 그려

내고 있습니다. 뮤지컬 '하드락 카페'의 배경 섬도 이중성과 모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맥

상통한 면이 있습니다. 즉 섬은 세상과 떨어진 비현실적 공간인 듯 하지만 현실의 실상을

압축적으로 모아놓은 현실의 공간입니다. 또 그 섬에는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처럼 클럽 파

라다이스와 하드락 카페라는 현실과 이상향, 욕망과 순수함이라는 상반된 모순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뮤지컬 '하드락 카페'의 연출가는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섬을 배경

으로 선택했지만 그것은 반대로 어느 시대 어느 장소라도 대입 가능한 현실이라는 상징을

숨겨놓은 듯 합니다.

뮤지컬 '하드락 카페'의 첫 장면은 클럽 파라다이스의 여왕 엘리자베스 킴(양소민 분)의 마

지막 고별 무대였습니다. 흐느적거리는 음악을 배경으로 무대에 등장한 엘리자베스와 앙상

블들은 야한 의상과 춤으로 일순 관객들의 시선을 온통 몸으로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렇게

농익어 가던 분위기는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허연 허벅지에서 숨겨둔 권총을 꺼내들면서 얼

음장같은 긴장 속으로 반전됐습니다. 그리고 암전.

이야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클럽 파라다이스의 황사장(주원성 분)은 10년 전

하드락 카페를 인수하고 하드락 카페의 여가수 엘리자베스를 동업자로 영입해 지금의 클럽

파라다이스를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황사장은 엘리자베스의 상품가치가 떨어지자 엘리자베

스보다 더 섹시한 여가수 진(진수현 분)을 데리고 와서 그녀를 클럽 파라다이스의 여왕으로

등극시킵니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어쩔 수 없이 고별무대를 끝으로 여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게 됩니다.

뮤지컬 '하드락 카페'는 표면적으로 보면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펼쳐진 일종의 성인클럽 여왕

자리 쟁탈전이라는 단순한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연출가는 보다 복잡

한 이항 대립의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 클럽 파라다이스 VS 하드락 카페. 황사장, 엘리자베스 VS 준, 세리 ###

인간의 타락과 탐욕이 가득한 현실 세계를 상징하는 클럽 파라다이스가 있다면 그 대척점에

는 인간 본연의 순수했던 시절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하드락 카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공간의 상징은 특정 인물을 내세워 구체적으로 표현됐습니다. 오로지 돈과 성공

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황사장, 부귀영화와 성공의 달콤함이 주는 쾌락에 젖어 사는

엘리자베스 그리고 성공을 위해 온몸을 던지며 돌진하는 섹시한 여가수 진이 클럽 파라다이

스를 표현하는 구체적 인물들입니다.

반면에 하드락 카페에서 밴드를 운영했다가 지금은 클럽 파라다이스의 웨이터로 전락한 준

(이정렬 분), 또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주방 일을 하며 엘리자베스처럼 무대에 서기를 꿈꾸는

세리(박준면 분)는 바로 하드락 카페의 상징 인물들입니다. 엘리자베스가 욕망의 노예가 돼

황사장의 사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라면 준은 자유롭게 노래했던 하드락 카

페시절의 순수함과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인물로 항상 엘리자베스에게 본연의 순수했던

모습을 되찾으라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엘리자베스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갈등을 일

으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결국 선택한 것은 클럽 파라다이스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뮤지컬 넘버였던 '돌아갈 수 없어'에는 그런 그녀의 갈등이 잘 드러났습니다.

"추억이 그리워도 돌아갈 수 없어 / 옛일이 생각나도 돌이킬 수 없어 / 아름다웠지만 힘들

었던 시절 / 그 시절을 탈출한 거야 돌아갈 수 없어 /......."

세리는 또 다른 면에서 클럽 파라다이스와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였습니다. 노래에 대한 순

수한 열정과 실력은 있지만 너무 뚱뚱한 외모 때문에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그녀는 꿈을 이

룰 수 없습니다. 엘리자베스와 진이 섹시함으로 클럽 파라다이스를 대표한다면 세리는 외모

가 아닌 내면의 소중함을 항변하는 하드락 카페의 정신을 상징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은 가

수의 눈을 보기 전에 몸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며 넋두리하듯 내뱉는 말은 산업화된 사회

에서 극도로 상품화돼 가는 여성성에 대한 메아리 없는 아우성처럼 들렸습니다.

### 진정한 파라다이스는 그들의 마음속에 있었다 ###

클럽 파라다이스와 하드락 카페 그리고 황사장, 엘리자베스와 준, 세리. 클럽 파라다이스와

황사장이 엘리자베스에게 있어서 욕망의 늪이자 인간의 어두운 모습이었다면 하드락 카페와

준 그리고 세리는 엘리자베스가 내면 깊숙이 잊고 살았던 아니 잊고 살고 싶었던 순수 고향

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황사장이 엘리자베스의 현재의 모습이라면 세리는 엘리자베스의 과거

의 모습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황사장과 세리는 엘리자베스의 원초적 내면의 모습이었는지

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자신의 현재와 과거, 욕망과 순수, 어두움과 밝음 사이에서 갈등하던

엘리자베스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탈출합니다. 그리고 준과

세리는 클럽 파라다이스를 그만 두고 나와 하드락 카페를 다시 열고 공연을 시작합니다. 그

들은 하드락 카페가 곧 파라다이스라는 믿음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준과 세리는 그렇게 해

서 인간이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를 지상에서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바로 그들의 마음속에

있던 파라다이스가 지상에서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뮤지컬 '하드락 카페'는 관객들의 시선을 세리의 대사처럼 처음에는 배우의 몸에서 나중에는

인간의 마음으로 돌려 주제의식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돌아갈 수 없어'

같은 뮤지컬 넘버는 공연을 보고 나서도 멜로디가 귀가에 맴돌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의 내면 갈등을 보여주는 대목이 확연히 부각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을 남

았습니다. 또 뚱보 세리를 너무 희화화시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쇼 스톱퍼로서의

역할은 성공했지만 그녀가 엘리자베스의 또 다른 모습으로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존재였음에

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점 역시 앞으로 이 작품의 숙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p.s..이 글은 뮤지컬 잡지 '더 뮤지컬' 2월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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