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내 몸도 불편한데 다른 사람 처지를 헤아리는 것, 참 어려운 일입니다. 언제 시력을 잃을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상을 향한 마음의 눈만은 누구보다도 크게 뜨고 있는 사람,
테마기획 조지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할아버지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등을 밀어드리는 청년.
35살 이병률 씨입니다.
[할아버지, 시원하시죠.]
이씨는 한 쪽 눈을 실명했고, 다른 쪽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10살 때 부모님과 형을 잃고 혼자가 된 뒤 새우잡이배에 막노동판까지 안 해본 고생이 없습니다.
12년 전 오른쪽 눈을 잃고 노숙생활까지 했던 이씨가 새 세상에 눈을 뜬 계기는 우연히 알게된 목욕 봉사.
[이병률 : (아버지가)세상에 안 계시니까 아버님 생각하고 하게 됐습니다.]
정부 보조금 40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지만 이 가운데 5만원씩은 꼭 남을 돕는 데 내놓습니다.
[그 돈도 못 받고 지내시는 분들이 안타까워서 더 도와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할머니의 여윈 다리도 이씨의 손끝에서 피곤함을 잊습니다.
[김달순 : 이렇게 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곳은 두 평도 안 되는 고시원.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합니다.
안마사 자격증을 따 더 많이 베푸는 것, 이씨의 가장 큰 소원입니다.
[지금 이대로 있으면서 봉사활동을 계속 하고 제가 계획한 거 아무 일 없이 해나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