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시던 아주머니가 말을 멈추더니 눈에서 갑자기 닭 똥 같은 눈물이 쭈르르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란 내게 천천히 울먹이면서 입을 여셨습니다. “딸이 나이가 겨우 40인데 당뇨에요.” “그 젊은 것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당뇨를 취재하던 지난 주의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취재를 해 왔는데 인터뷰 도중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자신의 상한 속 마음에서 우러난 눈물은 힘들었던 지난 시절이 다 떠오르셨는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어느 정도 진정 된 뒤 깜짝 놀래 있던 취재진에게 자신의 과거 얘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나이가 63세인 이 아주머니는 40년 전 시집왔는데 시집을 와 보니 시부모가 모두 당뇨 환자였답니다. 결국 시아버지는 먼저 돌아가셨는데 남편이 당뇨에 걸렸답니다. 당뇨 시부모를 모신 경험으로 식이요법을 잘 해 드렸지만 10년 전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줄 이어 시누이 둘도 당뇨 환자가 됐습니다. 게다가 본인도 5년 전 당뇨에 걸렸습니다. 또 친정 남동생과 여동생도 당뇨 환자가 됐는데 최근에는 딸까지 당뇨에 걸렸다는 것 입니다. 친정과 남편 가족 15명 가운데 무려 9명이 당뇨 환자였습니다. 게다가 딸까지 당뇨라니 저라도 저절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 댁을 방문했다가 또 한번 놀랐습니다. 시어머니가 살아 계셨습니다. 나이는 93세였는데 매우 정정하셨습니다. 5년 전 왼쪽 다리를 절단해 다닐 때는 불편하지만 그 외에는 불편 없이 사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며느리의 지극 정성 덕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아주머니와 인터뷰를 하면서 ‘당뇨는 유전이구나 그러나 관리를 잘만 한다면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공 신장실에서 또 한 사람의 당뇨 환자를 만났습니다. 이미 두 다리가 모두 절단된 이 환자는 2년 전부터 일주일에 3번 하루에 4시간씩 혈액 투석을 받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투석을 받아야 하는 혈관마저 좁아져 투석을 위해 인조 혈관까지 끼웠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발
“한 10년 전에 알았었죠. 근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일상생활을 해 왔었죠. 마음껏 먹고 마시고.. 운동도 안하고.. 근데 신부전증 판정을 받은 후에 아차 했지요. 이제 때는 늦었구나.. 지금은 투석에 의지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 할 수 없어요.”
또 한 사람의 당뇨환자는 10년 전에 걸렸는데 방치하다가 최근 오른쪽 다리를 잘랐습니다. “시커멓게 시커멓게 발가락에 반점이 생기더니 썩어 들어갔지요. 그래서 절단했지요. 절단할 때 심정이요? 인생 막 가는구나 그렇게 절망했지요.”
통계로 볼 때 지금 우리나라의 당뇨는 매우 심각한 상탭니다. 우리나라의 당뇨환자가 이미 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열 명중 한명 꼴이 더 됩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 보다 3배나 많습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뇨환자 가운데 60%가량이 자신이 당뇨환자 인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야 당뇨환자 인 것을 알고 치료를 하는데 그땐 이미 시기가 늦은 겁니다. 특히 자신이 당뇨환자 인 것을 아는 사람들도 불과 20%만이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당뇨를 대수롭지 않은 질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당뇨환자 500만 명 가운데 무려 250만 명이 신부전증에 걸렸거나 신장이 망가지면서 신부전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년에 당뇨로 다리를 절단하는 사람이 1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비롯해 각종 사고로 다리를 잃는 사람들을 모두 합친 수보다 많습니다. 특히 최근 조사에서 40대 이후에 실명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많은 원인이 당뇨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에 당뇨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원인은 간단합니다. 너무 잘 먹어서 입니다. 지난 5000년 동안 우리 한민족은 침략의 역사였습니다. 중국과 몽골, 거란, 여진, 그리고 일본에게 조금만 틈을 보여도 당하기 일수였습니다. 그러니 늘 먹을게 부족한 민족이었습니다. 따라서 조금만 먹어도 살 수 있는 몸으로 진화됐습니다. 그런데 20여년 전부터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5000년을 못 먹어도 살 수 있게 진화해 온 몸이 갑자기 잘 먹는 몸으로 변하니 탈이 날 수 밖에 없는 것 입니다.
그러나 관리만 잘 하면 90이 아니라 100살까지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병이 당뇨입니다. 우선 본인이 당뇨병에 걸렸는지 매년 한번씩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뇨에 걸렸을 경우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관리를 하셔야 합니다.
당뇨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면 누구나 똑같은 말을 합니다.
“당뇨 판정을 받았을 때 철저히 관리 못하고 소홀히 했던 것, 그걸로 인해 합병증이 생겼죠. 알고 나서 합병증을 얻었다는 것 상당히 후회스러운 거죠.”
“너무 후회합니다. 지나온 과거를 미련하게 생활했다고, 미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