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까지는 사시 응시자 수가 3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사시 합격자 수가 천명으로 늘면서 시험을 보는 사람이 훨씬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합격자가 늘면 당연히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아예 시험을 보는 사람이 느는 것이죠. 여기에다 청년 실업이 심해진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일반 기업체 취직하는 것이 워낙 어려워지다 보니 학과를 불문하고 사시로 몰렸다는 겁니다. 때문에 대학 도서관 전체가 고시원이 되어 버리는 기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사법시험 응시자 수 2년째 만명대 머물러
그러던 것이 작년과 올해 사법시험 응시자 수가 재작년의 60% 수준인 만명대에 머무르고 있는 겁니다. 올해 응시자는 지난해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만9천명 정도로 2만명 선으로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경쟁률은 95년에는 55대 1에 이르던 것이 재작년에는 27대 1이었다가 지난해에는 15대 1로 떨어졌습니다. 합격자는 늘었는데 응시자는 줄었으니 당연한 일이죠.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평소 사법시험 합격자 수 증가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오던 변협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젠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을 수료해도 일자리 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이 때문에 우수 인력이 법조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변협 관계자는 경쟁률이 반으로 떨어진 것은 법조인의 질이 반으로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저희 법조팀의 우상욱 기자가 직접 취재를 했었는데 "이런 질적 저하는 국민의 피해"라는 주장도 곁들였다고 합니다. 법조인의 질이 떨어지면 결국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죠.
▶ 사시 응시자 감소 원인 놓고 이견
하지만 이렇게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선은 왜 경쟁률이 떨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법무부와 법학계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시험 제도 변경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시 응시자 수가 줄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사법시험에서 영어가 필수 과목이 됐습니다. 더구나 예전과 같은 종이 시험이 아니라 토플이나 토익 같은 공인된 시험을 치러서 점수를 제출하게 했는데 이런 시험을 보려면 듣기 시험을 당연히 치러야 합니다. 오랫동안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던, 또는 했더라도 종이 시험용으로 준비를 했던 사람들로서는 토익이나 토플의 듣기 시험을 치르는 것이 큰 장애가 된다는 겁니다.
또 법학 과목을 일정 학점 이상 들어야 한다는 자격 요건도 생겼습니다. 물론 일부 고시 학원에서 들을 강의도 인정을 해주고 있지만 이것도 일시적으로 응시자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영어 시험이나 법학 과목 요구 등이 일부 노장 수험생들이 응시를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제가 볼 때는 상당히 현실적인 설득력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이런 이유로 이번 1차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경우가 제법 있거든요.
여기에 덧붙여서 과연 변호사의 수를 계속 지금과 같이 늘리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변협의 주장처럼 줄여야 하느냐에 대한 입장 차이도 있습니다. 물론 사무실 유지하기도 어려운 변호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작은 회사들은 변호사를 직원으로 모시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세금 공제후 연봉 5천만원으로도 연수원을 갓 수료한 변호사 채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법률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말이죠. 당연히 아직은 변호사를 더 늘려서 각 부문에서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겁니다.
앞으로 예정대로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 도입을 추진한다면 역시 핵심적인 논의 내용은 입학생을 얼마 정도로 할 것이냐는 게 될 것입니다. 결국 적정한 법조인 수를 얼마로 봐야 하느냐는 문제인데, 로스쿨을 몇 개나 인가할 것이냐는 문제는 바로 사시 합격자 수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니까요.
▶ 사법시험 인기는 더 시들하게 되는 것이 정상...
제가 갖고 있는 평소 소신은요, 사법시험은 법대 졸업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응시 횟수도 3회 정도로 막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법조인이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기능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고급 인력들이 사시에 매달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일정한 학점 이상의 법학 과목을 공부했을 경우에는 응시 자격을 줄 수 있겠지요(이 경우도 사시 학원에서 수강한 과목을 법학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마치 인생 로또 하듯이 사시에 매달리는 것은 사회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역설적으로 법조계에 대한 인기가 좀 더 시들해졌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