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밀양 여중생 성폭력사건에 드러난 것처럼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과정에서 또 한번의 고통을 겪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성폭력 2차 피해라고 하는데 피해여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런 후진적인 수사행태를 고발합니다.
김천홍 기자의 '현장속으로' 입니다.
<기자>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이 처음 공개된 지난 7일 울산 남부경찰서에서 촬영된 화면입니다.
담당 형사들이 피해 여학생 3명을 가해 남학생들 불과 5미터 앞에 마주 세워 놓았습니다.
모멸감을 견디지 못한 여학생들이 급기야 울음을 터뜨립니다.
[진짜 저 애들 다 한꺼번에 데리고 가서 진짜 죽이고 싶은데...]
경찰은 언론에 공개하기 전 조사과정에서도 여학생들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대질 심문했습니다.
[피해 여학생 어머니 : 그냥 바로 대질을 했어요. 대질하는 과정에서도 가해자 학생들이 엄청 심한 욕을 계속했어요. 애들한테...]
이처럼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2차 피해의 심각성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또 성폭력 2차 피해의 67%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고등학생 8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중생 김모양.
김양도 밀양 성폭행 피해 여중생들처럼 왜 저항하지 못했느냐는 힐난을 받으며 가해 남학생들과 함께 대질심문까지 받았습니다.
[김모양/성폭행 피해자 : 여자로서 가장 중요한 게...지켜야 되는게 있는데 그것도 생각 안하고 거기에서 막 소리 지르고 도망칠 생각도 못했냐고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비난하던가요?) 네.]
김양의 정서적 불안정 상태는 경찰 수사를 받고 난 뒤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성폭력 2차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김모양 어머니 : 애들이 어른같지 않고 단순하다 보니까 그런 사고의 위험이 제일 컸었어요. (어떤 사고요?) 자살 할까봐. 그래서 병원에 가게 된 동기가 된 거예요. (병원에요?) 네.]
학교 체육교사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 이모양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2차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모양 : (어떤 식으로 다그치던가요?) 똑바로 말해! 내가 물어본 것만 대답을 해! 이런 식으로... 당했어, 안당했어... 그렇게 노골적으로 대놓고 물어봐요.]
담당검사는 이양을 무려 17번이나 소환 조사했으며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이양은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이모양 : 식구들한테도 창피하고 친구들도 그렇고... 그냥 너무... 제가 너무 싫었어요. 솔직히 내일 눈뜨면 또 검찰청 가야되는데 그런 생각 때문에...]
이양은 사건 이후 집에서 나와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얼마전엔 대학 합격 통지서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검찰에서 겪은 악몽은 결코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모양 : 차라리 신고 안하고 그냥 자기 혼자 가슴속에 꽁꽁 묻어두는 게 어떻게 보면 더 나아요. 다른 사람 모르고 얼굴 알려지지도 않고 모욕적인 대우도 안 받잖아요, 그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