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쌀 수출국인 중국의 강경한 입장은 충분히 예상돼 왔던 것이지만, 비교적 말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국과의 협상은 우리 정부의 낙관을 여지없이 무너뜨렸습니다.
수입쌀 가운데 어느 정도 물량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었습니ㅏㄷ. 우리 정부는 수입물량의 10% 정도를 주장했지만, 미국은 75%를 시장에 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요구하는 30% 선 보다도 훨씬 더 강한 요구수준입니다.
미국이 이렇게 강경한 협상 자세를 유지하는 데는 세계 최대의 곡물 메이저인 카길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정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에 수입되는 곡물의 60% 이상이 카길의 물량일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이 곡물 메이저들의 영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유무역을 표방한 통상개방 압력의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넓어진 시장지배력과 폭리를 즐기고 있다는 비판을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고 있지만 경제적 이득 앞에 이런 비판은 그들의 귀에 제대로 들릴 리가 만무합니다.
문제는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협상 시한 안에 합의에 실패하면 우리는 관세화 유예 혜택 연장을 받지 못해 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이 다시 한번 농민들의 삶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10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 우리나라는 시장 개방 10년 유예 혜택을 받았습니다. WTO 체제에 참여한 이상 전면적인 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니 10년 유예기간동안 농업 구조 조정을 비롯해서 개방에 대비한 준비를 충분히 하라는 국제사회의 배려이자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지난 10년동안 정부는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농업 부문, 특히 쌀 농사 부문에 배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농업의 구조조정과 선진화, 시장개방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쓰여야 할 예산을 쌀값과 당장의 농민 소득을 보전하는 데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쌀 수매가는 국회에만 가면 농촌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발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무책임한 타협 속에 매년 오르기만 했습니다. 1년 열두달 날을 세우던 정치권이 칠레와의 FTA 협상 과정에서는 정당에 관계없이 농민 피해가 걱정스럽다며 여러 차례나 비준안을 부결시키는 단결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에게 주어진 지난 10년을 허송했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에게 쌀 시장 전면 개방과 농업 붕괴라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장은 쌀 협상의 타결을 통해 10년 더 시장 개방을 유예시키는 데 협상력을 집중해야겠지만, 이제 한 고비 넘겼다는 식의 미온적 대응이 반복된다면 10년 뒤에는 더 큰 파도가 농업과 우리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책임한 정치권과 정부는 깨닫지 않으면 안될 시점입니다.
종합주가지수 872.49 (-0.07P)
코스닥지수 373.84 (-0.33P)
원달러환율 1,057.20 (-9.40원)
국고채3년물
3.32% (-0.01)
오늘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 연휴 관계로 휴장했습니다. 하지만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유로가 사상 처음으로 1.32달러대를 돌파했습니다.
유로는 한 때 1.3237달러까지 급등했으나 장 막판에 경계 매물이 흘러나오면서 1.3216달러로 소폭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하락을 지속해 지난 1999년 12월 이후 최저치인 102.61엔까지 떨어졌습니다.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는 9년만에,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서는 16년만에 각각 최저칩니다.
달러화의 이같은 급락세는 유럽중앙은행이 시장개입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는 데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방치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유로화 환율이 1.45달러선으로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 약세의 충격이 재연됐습니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060원선이 무너졌습니다. 실탄을 다 써 버린 정부와 외환시장의 개입의 여파로 10년만에 적자가 예상되는 한은의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기업들에게 달러를 팔지 말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도 정부가 개입할 능력과 여지가 그만큼 크지않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입니다.
주식시장은 어제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결국 소폭 하락세로 마감됐습니다. 환율 1060원 선이 무너진 게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도 주가가 비교적 잘 버티고 있어서 환율 문제에 어느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로 인한 추가적인 충격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요즘 국민연금 주식투자 문제를 두고 논란이 있습니만 최근 콜 금리 인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채권 금리는 국민연금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투자 자금의 90% 안팎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투자수익이 그만큼 떨어지고, 연금의 재정악화로 인한 충격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국민연금의 투자수익성을 재고하는 차원에서라도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고 주식을 비롯한 다른 투자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