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의료사고 소송이 요즘 크게 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어렵게 승소하더라도 갈 길이 멉니다. 상당수 병원과 의사들이 2심, 3심까지 판정에 불복하면서 시간만 끄는가 하면 보상을 회피하려고 아예 재산을 빼돌리는 병원도 있습니다.
김천홍 기자의 현장속으로입니다.
<기자>
진주시 신안동의 한 아파트. 올해 8살 난 영수가 또 경기를 일으킵니다.
[김정식/가명.아버지 : 이러는 거 보면 미치죠. 이제. (이렇게 놀라고...이렇게 경기를 하루에 한번씩 이래요?) 아니요. 한 번 넘게 하죠. (하루에 여러 차례 이래요?) 예.]
영수는 한 살 때인 지난 97년 한 종합병원에서 장이 꼬이는 증세로 복부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병원측의 실수로 엉뚱하게도 뇌를 크게 다쳐 자신의 이름은 커녕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중증장애아가 돼 버렸습니다.
[박정숙/가명.엄마 : 항상 사람이 붙어있어야 되요 얘는. 안 그러면, 놀라버리면, 바닥 이런데서 넘어져버리면 머리 찧고. 그러니까 항상 앉혀놓고 옆에 붙어있어야 되지.]
3년에 걸친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아버지 김씨는 2000년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병원측의 과실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3년을 끌었습니다.
[교통사고가 난다던지 비행기 사고가 난다던지 하면 빨리빨리 해주잖아요. 처리를. 그런데 왜 의료사고는 질질 끄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단지 모른다는 거, 당한 사람들이 모른다는 그거 가지고.]
1심 판결은 청구액의 3분의 1을 깎인 일부 승소였습니다.
하지만 병원측은 이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곧바로 고등법원에 항소했습니다.
[병원관계자 : 왜 이제 항소를 했느냐 하면 김기자님도 잘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3심 제도니까. 돈이 많이 걸려있는 그런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것도 기술입니다. 재판도 기술이고 작전입니다.]
의료사고도 대형병원에서 당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몇몇 개인 병원의 경우 사고가 나면 의사가 아예 재산을 빼돌립니다.
의료사고를 낸 뒤 1심에서 패한 의사 정모씨. 그러나 환자측은 의사 정씨로부터 보상금을 거의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이인재/환자측 변호사 :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할 지언정 내가 당장에 환자한테는 10원도 주지 않겠다라는 그런 입장을 보이는 거죠.]
고등법원에 항소한 의사 정씨는 찾아간 취재팀에게 재판을 끌면 끌수록 보상액수는 적어진다고 말합니다.
[대개가 또 과정도 그렇게 가고요, 사실은 1심은 대개 다 과하게 나오죠. 과하게 나오고 그 다음에는 (2심, 3심에서는) 또 좀 줄여주고 줄여주고 이렇게.]
의료사고에 따른 소송은 2000년 들어 크게 늘기 시작해 지난해엔 1심의 경우 755건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피해환자가 승소했을 때 이를 인정하는 병원이나 의사는 거의 없습니다.
[이인재/변호사 : 1심판결이나 2심, 대법원 아니 대법원의 그 위의 4심, 5심이 된다 하더라도 그 부분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판결에 승복을 잘 안해요.]
의료사고가 나면 병원이나 의사 역시 커다란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의료사고 분쟁을 막기 위해 지난 89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의료분쟁조정법은 정부와 의료계의 이해가 엇갈려 15년이 넘도록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