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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살림살이 팍팍한데 여윳돈이 늘었다고?…따져봤더니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눈에 띄는 조사 결과를 가져왔네요. 그런데 좀 잘 들여다봐야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올해 1분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윳돈이 3년 만에 가장 많아졌다고요.

<기자>

체감으로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는 한데요. 1분기에 우리나라 가정들의 순자금 운용액이 76조 9천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조 1천억 원이나 더 늘어서 3년 만에 가장 큰 액수고요. 역대 두 번째입니다.

여윳돈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우리 가계가 풍족해졌다고 표현할 수 있는 집계라고까지는 볼 수 없고요.

올해 들어서 사람들이 돈을 진짜 열심히 모아서 빚은 덜 내면서 열심히 갚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순자금 운용액이란 빌려 온 돈은 빼고 가계에서 예금, 주식, 펀드, 보험 또 퇴직연금 적립금, 이런 금융 자산으로 굴린 돈의 흐름입니다.

해당 기간에 소비할 것 하고 남은 돈을 어떻게 굴렸는지 볼 수 있는 돈이니까 여윳돈은 맞는데요. 부동산 투자하는데 들어간 돈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에 청산한 빚은 이 숫자에 플러스로 반영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올해 1분기에 우리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체적으로 무려 11조 3천억 원 규모의 시중 대출금을 줄였거든요. 빚이 줄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대출상품으로 빚을 낸 규모는 4조 3천억 원 순증 했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우리 가계가 대출을 7조 원 정도 줄인 겁니다.

이 정도로 대출규모가 순전히 줄어든 거 처음입니다. 그만큼 집을 사기 위해서 빚을 내는 사람이 없었고 집 사는 대신 빚 갚는데 전력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앵커>

허리띠를 많이 졸라맸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군요. 그래도 빚을 갚고 남은 돈은 투자를 했을 텐데, 어떻게 굴렸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코로나 이후에 불었던 주식시장 붐, 요새는 좀 1~2년 전 같지는 않죠. 실제로 주식과 펀드에서는 3조 8천억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1 분기 동안 만에요.

지난해 4분기에는 무려 14조 4천억 원이 빠져나갔는데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도 해외 주식, 해외 투자는 1조 5천억 원 늘었습니다. 그리고 채권 투자,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는 분들이 많기는 하죠.

과거에는 대규모 기관이나 하는 것으로 매우 생각했던 채권투자에도 1분기에 3조 7천억 원 정도가 들어갔습니다.

채권은 보통 고금리 시기 막바지에 금리가 낮아지기 직전에 투자하면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1분기가 바로 그런 시기였다고 보고 채권에 관심을 가졌던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그래도 역시 제일 많이 몰렸던 건 저축, 은행 예금입니다. 무려 62조 2천억 원의 가곗돈이 1분기에 은행저축으로 몰렸습니다.

이자도 코로나 이전보다 많이 주고 안정적인 은행 예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사실 가계가 빚을 많이 갚아서 그게 플러스로 반영돼서 그런 거지 전반적으로 은행 예금 늘어난 거 빼면 주식, 퇴직금 적립 이런데 굴리고 있는 돈 자체가 1년 전보다 19조 원이나 줄어든 겁니다.

열심히 빚을 갚고 있을 뿐 투자는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 보니까 가계 소득은 약간 늘었는데 물가가 워낙 올라서 시청자들께서 실감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가계소득 늘어났다고 하면 좀 화내실 것 같아요. 그런데 1분기 우리나라 가정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 그러니까 세금이랑 건강보험료 같은 준조세를 다 떼고요.

실질적으로 가계가 굴릴 수 있던 소득은 약간 늘어난 게 맞습니다. 평균 399만 1천 원이어서 1년 전보다 3.4%, 평균 13만 원 정도씩 월평균 늘었습니다.

하지만 월평균 13만 원 늘어난 것으로는 앵커가 얘기한 대로 급격하게 오른 대출금 이자 부담, 또 물가 오른 만큼 더 들어가는 생활비,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고금리, 고물가에 소득이 늘어났다고 느끼기 어렵겠죠.

그러니까 가계 여윳돈이 늘어났다는 말에 동감할 사람이 없고 오히려 "무슨 소리냐, 올초에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오기 쉬운 겁니다.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지금 한국인들은 소득은 약간만 늘어나고 이것저것 부담이 급증한 시기, 우리 가계는 금융 투자, 부동산 투자 모두 줄이고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정적이라고 꼽히는 곳에 여윳돈을 넣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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