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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빌라왕' 사망에 수백 명 보증금 '증발' 위기…전세 피해 막으려면?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13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올해 한 해를 좀 돌아보면 부동산 시장이 참 안 좋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시장이 안 좋으면 꼭 이렇게 서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더라고요. 특히 깡통 전세, 역전세 관련해서 사람들 피해가 많았다는 뉴스를 접했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서 관련해서 좀 주목되는 사건이 있다면서요?

<기자>

네. 전세 사기도 기승을 많이 부렸죠. 이른바 '빌라왕 김 모 씨' 사건이 어제 온라인에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수도권에만 무려 1천 채가 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갖고 있던 40대 임대업자가 지난 10월에 갑자기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미 최소한 300여 명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사기 혐의로 수사가 착수된 상태에서 사망한 겁니다.

이 사람 명의의 집에 세 들었다가 보증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온라인 카페에만 지금 450명 넘는 사람들이 가입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전세금이 사실상 증발 상태입니다.

김 씨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지난 3년간이라는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한 걸로 돼 있습니다.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또 다른 집을 사고, 그 집을 다시 세놓으면서 빠르게 집을 늘려갔다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쌓인 1천 채 넘는 집으로 생긴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세금은 지난해 것만 60억 원이 넘게 밀렸습니다.

종부세나 재산세처럼 문제의 부동산 그 자체에 매겨진 세금이 체납되면 세입자들의 전세금보다도 순위가 앞서게 돼 있습니다.

안 그래도, 김 씨가 집중적으로 집을 사고 세를 놨던 때보다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는 시장인데요, 세금 체납으로 압류된 김 씨의 주택들이 공매로 더욱 헐값에 팔린다 해도 김 씨의 밀린 세금부터 먼저 추징된다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수백 명 세입자들에게 돌아갈 전세금은 얼마나 더 줄어들어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가늠도 잘 안 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밀린 세금이 우선순위가 되는군요? (전세금보다 우선입니다.) 참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지금 피해자분들 대부분이 전세금 보증보험이라는 것을 들었다고 하는데 왜 이 보험까지 들었는데도 안 되는 겁니까? 

<기자>

네. 피해 세입자 중에 400명 정도가 HUG의 전세금보증보험에 들어 있기는 한데요, 원래는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 차질이 생겼을 때 HUG가 보험에 가입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먼저 돌려주고요.

나중에 집주인으로부터 그 돈을 받아내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HUG에서 전세금을 받으려면 세입자가 집주인과 계약을 해지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도망가서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내용증명을 보내서 그게 반송이 되고, 이런 과정을 지나서 계약을 해지할 방법이 없었다는 게 입증이 돼야 HUG로부터 전세금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건에서는 김 씨가 갑자기 사망했잖아요. 

그러면 세입자는 상속인과 계약 해지를 해야 하는데, 김 씨의 상속인인 부모들은 지금 HUG와도 접촉이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속인이 정해질 때까지 세입자들이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할 상대가 없는 겁니다.

지금 규정으로는 HUG가 이 상태에서 세입자들에게 먼저 전세금을 내줄 의무가 없습니다.

전세금보증보험은 보험이라고 이름이 끝나기는 하지만 사실은 보증의 개념이 더 크다, 그래서 세입자가 계약을 해지해서 보증사인 HUG가 집주인의 새 채권자가 되기 전에는 개입할 의무가 없다. 이런 구멍이 존재했던 겁니다.

그제 밤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SNS에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피해 세입자 분들 전세대출 보증 연장은 가능하다. 신용불량자 될 걱정은 당분간은 크게 안 하셔도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증발한 전세보증금을 언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어디에도 뾰족한 답이 없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일단 전세를 들 때 이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는 거잖아요. 이거 방지하기 위해서는 뭘 좀 해야 합니까? 챙겨주시죠.

<기자>

이렇게 큰 사건이 있었는데 맥 없는 말씀드리는 것 같지만, 일단 기본이 중요하긴 합니다. 

등기사항 꼭 확인하고, 등기상 소유자랑 나랑 계약하고 있는 사람이 같은 사람인지, 제대로 위임받은 사람인지 꼭 확인하고, 전입신고 이사한 날 바로 하고, 이런 기본적인 절차들부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정하고 전세사기를 쳐오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어지간해서는 피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분명히 지금 있습니다.

모두 임대인이 계약할 때 동의를 잘해줘야 되는 것들이거든요.

이를테면, 오늘 살펴본 김 씨 사건의 경우에 단기간에 체납한 세금이 어마어마해서 주택들이 압류되기 시작했을 때, 그 사이에 전세 계약한 세입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 씨가 '빌라왕'이라기보다 명의만 빌려준, 속된 말로 '바지' 아니었느냐, 훨씬 더 조직적인 전세사기 정황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데요, 아무튼 이렇게 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해당 부동산에 매겨진 세금이 피해자들 전세금보다 우선순위입니다.

그런데 등기만 보고는 이 사람 세금 밀렸다, 그런 건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임대인이 동의를 해줘야 체납 세금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계약을 마친 세입자는 임대인 허락을 안 받고도 체납 세금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개정안이 국회 올라가 있기는 한데요,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현행 부동산 거래의 구멍이 이 외에도 좀 더 있습니다. 

보완 대책들이 좀 더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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