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SBS가 한 카드사와 지난 3년 정도 사람들이 쓴 카드 실적을 통계 내봤더니 재미있는 변화가 많이 보인다면서요?
<기자>
네, 이 카드사의 회원 940만 명이 쓴 24억 건의 결제 데이터를 모두 살펴보고, 빅데이터를 산출했습니다.
카드사 한 곳의 자료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 정도의 소비패턴을 한 번 쭉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재밌는 현상 하나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3년 전보다 놀이공원에서 쓰는 돈이 9%가 줄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로 크게 분석이 되는데, 전보다 점점 놀이공원 말고도 갈 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저출산으로 인해서 아이들이 적다 보니까 놀이공원을 찾는 경우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유아교육에 쓰는 돈은 38%나 늘어났습니다. 한 마디로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하나 낳은 아이에게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준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내용을 보니까 이런 유아교육에 돈을 쓰는 연령대도 바뀌었네요.
<기자>
유아교육에 쓰는 돈이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난 세대가 40대입니다. 2, 30대는 40% 정도가 3년 동안 늘었는데, 40대에서 거의 두 배, 71%나 늘었습니다.
무슨 얘기냐, 그만큼 아이를 늦게 낳는 것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는 겁니다. 30대 중후반, 40대 초반에 아이를 낳아서 40대에 유아교육을 시키게 된다는 거죠.
또 아무래도 이 시기에 아이가 어리면 벌이는 2, 30대들보다 더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늦게 낳아서 애지중지하면서 더 열심히 교육을 시킨다는 겁니다.
그리고 놀이공원에서 쓰는 돈도 모든 세대에서 줄었는데, 그래도 40대에서는 조금, 6%가 늘었습니다. 아직 어린 자녀를 데리고 놀러 가는 40대가 많다는 거죠. 늦게 결혼하고, 늦게, 적게 낳아서, 열심히 키우는 요즘 분위기가 그대로 녹아있는 걸로 분석됩니다.
<앵커>
40대들이 요새 힘들죠. 여가 쓰는 데도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면서요?
<기자>
네, 경기가 계속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필수적이지 않은데 쓰는 돈부터 줄이게 됩니다. 확실히 술을 덜 마시고, 이것저것 덜 쓰고 있습니다.
3년 전에 비해서 술을 비롯한 유흥에 쓰는 돈이 11%나 줄었고, 또 영화, 연극 관람이나 책에 쓰는 돈도 많이 줄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황을 모르는 취미가 하나 있습니다. 여행입니다. 특히 2, 30대는 이 기간에 실질소득이 약간 감소한 적도 있거든요. 그런데도 여행에 들이는 돈은 계속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재형/삼성카드 빅데이터 분석 담당 : 여가를 즐기는데도 선택과 집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개인의 경험이나 내적 만족을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피부미용이나 건강관리, 셀프인테리어에 쓰는 돈도 많이 늘었습니다. 여행과 공통점이 좀 있죠.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이렇게 약간 받아들이는 느낌의 소비보다 적극적으로 경험을 쌓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쪽의 소비를 선택한다는 겁니다.
<앵커>
지금까지 젊은 층 얘기를 해봤는데, 고령층도 카드를 어디 썼나 봤더니, 역시 삶이 팍팍하다. 이런게 드러난다면서요?
<기자>
네,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능학원 수강료를 보면 이런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딱 완만한 그릇 모양을 만들고 있죠.
20대에서 기능학원비 증가 폭이 가장 높은데, 점점 줄어들다가 5, 60대에서 다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20대 기능학원비에는 운전면허 학원도 많이 포함되는 걸 고려했을 때, 요리나 옷 만들기, 공예, 이런 진짜 취업기술 학원에 들이는 돈은 5, 60대가 보기보다 더 많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2030 업종이었던 편의점이 가장 고객들의 나이가 급하게 올라가고 있는 업종으로 분석됐습니다. 고령화 업종 1위입니다.
왜냐, 혼자, 둘이 사는 노년층이 많다 보니까, 마트나 시장까지 안 가고 그냥 집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 사 먹고, 우유 하나 사고 이렇게 조금씩 산다는 겁니다. 고령화, 그리고 1인 가구화 같은 분위기를 모두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