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4천만 명이 넘는 미국 사람들이 마시는 물이 항생제를 비롯한 각종 약물에 오염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캐나다와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강을 포함한 4대강에서 의약물질이 대거 검출돼서 논란이 있었는데, 그 이후 정부는 식수원 관리를 위해서 여러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희 취재팀이 한강의 약물 오염 실태를 조사한 최근 보고서를 입수해서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각종 약물이 여전히 검출되는 것은 물론, 정수된 물에서도 일부 약물이 확인됐습니다.
먼저, 김관진 기자입니다.
<기자>
수도권 주민 2천500만 명이 의존하는 상수원, 팔당댐 인근 한강입니다.
지난 2016년부터 서울시가 해마다 두 차례씩 이곳 팔당 등 취수장 5곳의 물을 채취해 검사해봤더니 지난 5년 동안 항생제 성분인 설파메톡사졸과 린코마이신, 간질 치료제 성분인 카바마제핀 등 의약물질 12종이 검출됐습니다.
일부 약물은 정수 처리를 거친 뒤에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정수 처리를 거친 수돗물과 제품화된 아리수에서는 5가지 약물이 나왔습니다.
CT 촬영에 쓰이는 조영제 이오파미돌과 이오프로마이드,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소염제 아세틸실리신산, 각성제 성분 카페인과 카페인 대사물질인 파라잔틴입니다.
이오파미돌은 리터당 최대 394ng/L이 검출됐고, 나머지 약물들은 최대 12~24ng/L이 나왔습니다.
2008년 4대강 하천에서 의약물질 15종이 검출됐는데, 10년 넘게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몸에 흡수돼도 문제 될 정도의 양은 아니지만, 해당 약물의 체내 농축 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는 만큼 장기적인 노출을 우려했습니다.
[최경호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 수돗물을 통해서 수십 년 동안 먹었을 때, 그리고 또 한 가지 물질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물질들이 함께 우리 몸에 노출된다고 했을 때 그게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만한 독성학적인 지식은 없습니다.]
최근 한강 하수에서 실데나필 등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검출됐고 해당 성분은 하수 처리를 거쳐도 거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현욱 교수/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 하천에 있는 생물들은 그 낮은 농도에 계속 노출되는 거고 계속 노출이 되면 얘네들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요.]
잔류 약물에 노출된 물고기가 성별이 바뀌어 멸종한 해외 연구 사례도 나왔고, 미국, 유럽 등에서는 신약 승인 때 어류 등에 대한 생태 독성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이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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