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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인육수색'에 몰린 18세 소녀의 비극적 선택

[월드리포트] '인육수색'에 몰린 18세 소녀의 비극적 선택
'人肉搜索(런러우써우쒀)', 우리 발음으로 읽으면 인육수색이라는 중국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신상털기'입니다. 인터넷상에서 집단적으로 특정인의 신상을 공개하고 비방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람고기를 찾다니, 우리 말보다도 더 무시무시하군요. 우리나라에서도 신상털기로 인해 갖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물며 6억명 넘는 중국의 네티즌들이 신상털기를 하면…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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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중국에서 이런 인육수색이 비극을 불렀습니다. 광둥성 루펑시에 살던 안치(가명)양은 18살의 평범한 여고생이었습니다. 지난 2일 시내 한 쇼핑센터에 옷을 사러 가면서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옷을 사고 간지 얼마되지 않아 그 옷가게 주인인 차이모씨가 인터넷상에 매장내 폐쇄회로로 촬영한 동영상과 함께 글을 올렸습니다. "폐쇄회로 화면상의 여자가 우리 가게에서 옷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네티즌들이 인육수색으로 찾아주세요."

동영상의 주인공은 안치양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인터넷상에 안양의 이름과 주소, 가족관계, 다니는 학교, 각종 사진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안양에 대한 무지막지한 비난과 욕, 협박글이 눈사태처럼 쏟아졌습니다. 다음 날 저녁, 안양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두줄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강물을 마주 대했는데 그리 무섭지는 않네요." "잘있어." 친구와 동급생들의 손가락질을 견딜 수 없었던 안양은 이 글을 남기고 루펑시의 한 다리에서 차가운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안양은 하루 뒤인 4일 강 하류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습니다.

이 사고 뒤 안양의 언니는 웨이보에 문제의 옷가게 주인이 안양을 모함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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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안양의 인육수색에 참가했던 네티즌들을 상대로 '꽃다운 나이의 한 소녀를 절망의 막다른 길로 몰아넣었다'고 절규했습니다. 안양의 아버지는 사흘 뒤 옷가게 주인을 '인터넷 비방 혐의'로 지역 인민법원에 고소했습니다. 공안 당국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틀만인 지난 8일 옷가게 주인을 구속했습니다.

문제의 옷가게 주인은 언론과의 접촉을 거부했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안양이 옷을 훔쳐간 사실을 증명할 동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실제 안양이 옷을 도둑질한 것이 맞다면 옷가게 주인의 행위는 정당해질까요? 우리나라 법으로 따지면 불법 행위입니다. 정보통신망법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공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중국의 비방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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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떠나서 생각해봅시다. 잘못을 했다면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망신을 줘 사회적으로 매장하디시피 하는 행위는 올바를까요? 인육수색이나 신상털기에 나서는 네티즌들의 행동은요? 형사 재판 취재를 한 경험이 꽤 있습니다. 항상 드는 생각은 '쉬운 재판이 없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봤을 때 명명백백해 보이는 사건들도 당사자들과 목격자들이 제각각 자기 입장에 따라 말하기 시작하면 온통 혼란스럽습니다. 전문 수사 기관이 각종 증거를 모아서 제시하는 재판도 그런데 하물며 한 일방 당사자의 말만 듣고 행하는 인육수색이나 신상털기 재판은 얼마나 허술할까요? 얼마나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그런데도 마음대로, 내키는대로 돌팔매질을 하는 행위는 얼마나 위험할까요? 적어도 안치양이 사형을 당할 만한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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