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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화장실 개혁 멀고도 험한 길

[월드리포트] 중국 화장실 개혁 멀고도 험한 길
외국인들에게 중국의 화장실은 악명 높습니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유명 관광지가 아니고서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있어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화장실 대부분은 좌변식이 아니라 재래식입니다. 더 기겁할 만한 일은 화장실에 문이 없습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내가 일 보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국인들끼리는 반갑게 인사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눕니다만, 외국인인 나는 일을 볼 의지가 싹 사라집니다.

대도시라고 용변 해결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공중 화장실이 매우 드뭅니다. 수도 베이징이나 중국에서 생활 수준이 가장 높은 상하이에도 공중 화장실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서울에서 길을 가다 갑자기 용변이 급해지면 주변 건물 아무 곳에나 들어가서 화장실을 찾으면 됩니다. 중국에서는? 건물을 돌아다니느니 으슥한 나무 뒤를 찾는 편이 났습니다. 로비에 화장실을 마련한 건물은 찾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각 사무실이나 상점 안에 있습니다. 화장실을 써도 되냐고 물어보면, 주로 이런 대답을 듣습니다. "우리 화장실은 공중 화장실이 아닙니다. 내부인 용입니다."

호텔이나 백화점, 대형 상점에서 우리나라 수준의 청결하고 고급스런 화장실을 기대했다가는 당황하기 딱 좋습니다. 상하이에서도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구베이 한가운데 대형매장 까르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단일 매장으로는 동양 최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곳입니다. 당연히 외국인 손님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곳 1층의 화장실은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여성의 경우 10번 찾으면 실제 쓸 수 있는 경우가 절반도 안된다고 합니다. 좌변기가 얼마 없는데다 너무 지저분해서라고 합니다. 좌변기가 있는 칸을 찾아도 앉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엉덩이를 걸치는 곳에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고 주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물이 묻어 있습니다. 좌변기를 재래식 용변기를 쓰듯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화장실3
그래서인지 베이징, 상하이 같은 중국 최고의 대도시에서도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는 남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담벼락에, 가로수에, 가드레일에 버젓이 일을 봅니다.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마라톤 행사 내용보다는 수많은 참가자들이 자금성 담벼락에 붙어서서 용변을 보고 있는 사진들이 더 화제가 됐습니다.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 1993년 중국 정부가 농촌의 환경 실태에 대해 사상 처음 조사를 벌인 결과 화장실 보급률은 7.5%에 불과했습니다. 화장실이 있는 집이 10집 가운데 1곳도 채 되지 않은 셈입니다. 나머지는? 마을 공동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드넓은 풀밭에서 일을 해결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데도 아직 노천에서 볼일을 해결하는 중국인이 1천4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지난해 공동으로 낸 보고서에 나오는 자료입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 정부가 화장실에 대한 본격적인 개혁에 나섰습니다. '문명국가' 중국의 얼굴에 화장실 문제가 'X칠'을 하고 있다는 반성에서입니다. 2004년부터는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화장실 보조금이라는 항목을 따로 두고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농촌의 화장실 보급률은 72%에 도달했습니다. 2015년까지 75%, 2020년까지 85%를 넘기는게 목표라고 합니다.

대도시에서도 공중 화장실 확충과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올 11월말 기준으로 공중 화장실 개수가 1만2천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구역내 도로와 건물을 새로 지을 경우 반드시 공중 화장실을 마련하도록 규제한다고 합니다. 상하이도 2010년 엑스포 당시에만 2백30곳의 공중 화장실을 추가로 지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2천7백여 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상하이시는 공중화장실 앱을 개발해 시내 곳곳의 공중 화장실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 화장실2
화장실 관련 국제행사나 전시회도 중국이 단골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세계 화장실 서밋만 해도 2003년 타에베이, 2004년 베이징, 2011년 하이커우에서 잇따라 열었습니다. 2009년에는 광둥성 순더시에서 제1회 레저·화장실 문화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중국 중앙과 지방 정부가 그만큼 화장실 개선에 의지를 갖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여전히 불편 투성이입니다. 중국 화장실 개혁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입니다. 우선 중국인들의 인식 때문입니다.

일반 가정에는 좌변기의 보급률이 높습니다만, 공중 화장실은 일부 관광지나 고급 접객업소를 제외하고는 재래식 변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중국인들이 남이 쓰던 좌변기에 앉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절반 이상의 중국인들은 좌변기보다는 재래식 변기가 더 위생적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설사 화장실을 마련해도 위생적 정화 처리는 미비합니다. 전국 28개 대도시의 11만개 공공 화장실 가운데 92%는 배설물이 지역 하천이나 호수로 그대로 배출된다고 합니다. 인구가 많다보니 이 또한 수질 오염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중국 화장실5
어떻든 중국 정부가 화장실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관련 업체들에게는 기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공중 화장실의 정화 처리 시설을 개선하는데만 약 100억 위안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돈으로 1조8천억원대의 시장입니다.

하지만 베이징 주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조사 결과 중국 화장실 관련 위생 상품 시장은 고급형 제품의 경우 Toto, 아메리칸 스탠다드, 쾰러 등 외국 유명 브랜드들이, 중저가형 시장은 애로우, 후이다, 허기 등 중국 브랜드들이 양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품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5천년 화장실 문화를 바꾸는 중국 정부의 화장실 개혁에 우리 업체들이 크게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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