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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난화로 쑥스러워진 식목일

식목일을 앞당기자

[취재파일] 온난화로 쑥스러워진 식목일
기온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목요일(4일) 낮에는 전국의 기온이 20도를 오르내리면서 긴 팔 옷이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 시기적으로 기온이 높아질 때가 되기는 했지만 갑자기 치솟는 기온이어서 걱정이 앞섭니다.

이렇게 기온이 급등하면 야외활동은 신나겠지만 몸 자체는 많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균형이 중요한데 갑작스런 기온의 변화가 리듬을 깨 버리기 때문이죠. 식목일인 금요일(5일)까지는 이렇게 고온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고 보니 금요일이 식목일입니다. 못 먹고 어렵게 살던 시절 온 산이 민둥산으로 변해버려 산림을 가꾸기 위해 정한 것이 식목일인데 한 때는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심는 일에 나서곤 했는데요. 최근에는 식목일의 의미가 많이 퇴색해버린 느낌입니다.

식목일을 정한 것은 백년이 넘었지만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한 것은 1946년부터 입니다. 이 때가 나무를 심기가 가장 좋은 시기여서 그랬는데요. 모진 겨울 추위를 견뎌낸 나무가 기지개를 피는 시기가 바로 이 무렵이었죠. 아직 새 잎이 돋기는 이른 시기지만 뿌리가 자라기 시작해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좋은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전문가들이 이런 저런 사항을 고려해 나무 심기 적기를 연구한 결과 평균기온이 6.5도 정도 되면 가장 좋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4월 5일이 바로 그 시점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이 시기가 크게 앞당겨짐에 따라 식목일을 정한 취지가 많이 바래졌습니다. 실제로 최근 30년의 평년기온 값을 놓고 평균기온이 6.5도 정도 되는 때를 가렸더니 중부와 남부 대부분 지역에서 3월 중순 정도로 앞당겨졌습니다.

서울은 3월 18일, 대전은 3월 14일, 광주는 3월 11일, 대구는 3월 10일 정도에 평균기온이 6.5도 가량 됐고 남해안인 부산은 이 보다 열흘 가량이 이른 3월 1일쯤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이 때가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시기인 셈입니다.

기온만 고려하면 식목일이 3월 10일 정도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인데 특히 제주도의 경우는 평균기온이 6.5도 되는 시기가 2월 11일로 현재 식목일보다 두 달 가량이나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 식목일의 평균기온은 1930년대 7.4도에서 2000년대는 11.1도로 3.7도나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높은 기온에 나무를 심게 되면 나무가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식목일에는 잎이 나거나 심지어 꽃이 핀 묘목을 심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뿌리가 활착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무가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물론 식목일에만 거창한 식목행사를 하는 전시행정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식목일에 맞춰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을 보면 식목일을 크게 앞당기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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