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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만 마리 넘는 돼지가 중국 강에 떠내려온 까닭은?

[취재파일] 1만 마리 넘는 돼지가 중국 강에 떠내려온 까닭은?
지난 11일 2천3백만 상하이 시민의 식수원으로 젖줄이라 할 수 있는 황푸강에 죽은 돼지가 떠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강가에서 수백 마리씩 발견되더니 매일 그 숫자가 늘어나 17일에는 1만 마리를 훌쩍 넘었습니다. 상하이시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죠. 비상이 걸렸습니다. 막대한 선박과 인력을 동원해 죽은 돼지 사체를 건져낸다, 강 상류에 오일펜스를 쳐서 돼지가 식수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상하이 수도의 수질 검사를 벌인다, 돼지가 어디서 흘러내려 왔는지, 왜 갑자기 떼죽음을 당했는지 조사에 나선다‥.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난 형국이었습니다.

조금씩 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상하이 수돗물의 수질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상하이 시민들은 거의 없었지만 말이죠. 죽은 돼지들은 상하이보다 상류지역에 있는 지아싱의 양돈 농가에서 버려졌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일부 죽은 돼지에서 돼지 독감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죽은 돼지의 대부분에서는 특별한 전염병 증세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또 지아싱 지역에 돼지 돌림병이 발생해 집단 폐사한 정황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두 마리도 아니고 무려 1만 3천 마리의 돼지가 떼죽음을 당해 황푸강에 버려졌을까?

최근 그 자초지종이 드러나면서 중국인들은 더욱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관련 당국이 조사한 결과 이번에 죽은 돼지의 숫자는 작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겨울을 나면서 새끼 돼지들이 원래 많이 죽기 때문에 폐사율은 평년과 같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왜 올해 갑자기 강물에 떠내려온 죽은 돼지의 숫자가 폭증했을까요?

예전에는 죽은 돼지를 수거해가는 업자가 있었습니다. 이 업자들은 죽은 돼지를 파묻는 등의 처리를 하는 대신 돼지고기로 만들어 은밀히 공급했습니다.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죽은 돼지를 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다 적으나마 돈까지 받을 수 있었던 셈이죠. 그런데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폐사한 돼지의 고기를 파는 행위에 대해 일제 단속을 벌여 조직 자체를 일망타진해버렸습니다. 이들은 현재 중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상당한 중형이 예상됩니다. 그러다 보니 죽은 돼지를 가져가는 업자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러자 양돈 농가들은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관할 관청에 폐사한 돼지를 가져가서 신고하고 넘기면 됩니다. 그러면 정부 당국에서 돼지를 매몰이나 소각 처리를 해줍니다. 처리 비용을 따로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농가들은 그조차도 귀찮았습니다. 신고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죽은 돼지를 싣고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해야하니까요. 그러자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심정으로 가까운 강에다 죽은 돼지를 가져다 버린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기가 막혀 합니다. 우선 지난해까지 폐사한 돼지의 고기가 그렇게 대량으로 유통됐다는 사실에 혀를 찹니다. 저쟝성 한 지역에서만 매해 겨울 동안 만 마리 넘는 돼지가 폐사했고 대부분 고기로 유통된 셈이니 중국 전체로 따지면 그 양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리고 죽은 돼지를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강에 버린 행위에 대해서도 한숨을 쉽니다. 환경 보호에 대해 그만큼 무관심하다는 뜻이니까요. 중국의 먹거리 문제, 환경 문제는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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