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보이스피싱 피해가 워낙 많고 언론에도 자주 사례가 소개되다 보니 왠만하면 금방 눈치채는 분들 많습니다. 더구나 '이런 나쁜놈들'이라는 생각에 범인에게 야단을 치는 수도 있죠. 그런데 사기에 실패한 데다가 욕까지 먹은 범인들이 보복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신용카드가 잘못 발급된 것 같다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옵니다.
[보이스피싱 전화 녹취 : 위조 카드가 많이 신청되고 있는데요, 고객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도용된 것 같습니다.]
사기를 눈치채고 여유롭게 대응합니다.
[피해자 : 그거(카드) 너희 엄마가 발급받은 거 아니에요? 너희 엄마가 발급받은 거 아니냐고.]
들켰다 싶자 보이스피싱범이 욕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피해자 : (보이스피싱범 : 야 XXX야!) 재미있지? 일해서 돈 벌어!]
보이스피싱범을 속 시원히 훈계했단 내용으로 화제가 된 녹취, 하지만 매번 속 시원히 갚아주는 건 아닙니다.
역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피해자.
[피해자 : 아기가 아프다고 나보고 계신 곳이 어디냐고 (묻더라고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어딘가 모르게 말투가 약간 이상한 것 같아서 세상 사기 치지 말라 하면서 서로 언쟁이 오갔죠.]
이게 화근이었습니다.
다음날 한참 일이 바쁜 오후 시간에 뜬금없이 음식이 배달됐단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한 겁니다.
보이스피싱범이 앙갚음으로 피해자 휴대전화 번호로 피자며 치킨 등을 잔뜩 주문한 겁니다.
[피해자 : 전화가 피자집이니 족발집이니 치킨집이니 숨도 못 쉬게 두어 시간 동안 (계속 오더라고요.) (음식점 측은) 막 소리 지르죠. 시켰는데 안 시켰다 그러냐고. 나이가 몇 살인데 장난치느냐 그러고.]
허위로 음식을 주문한 주소지엔 배달 오토바이가 잔뜩 몰렸을 정도입니다.
[건물 경비원 : 여기서부터 곧장 이쪽으로 다 오토바이가 서 있었어요. (배달원들이) 들락날락하죠. 들어가서 없으니까 여기서 자기 가게로 전화를 하나봐. (손님이) 없다고 하고.]
음식점 측으로부터 신고를 당해 경찰 조사까지 받은 피해자는 결국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습니다.
[피해자 : 다음날 두세 시쯤 (보이스피싱범에게) 다시 전화가 오더니만, 그렇게 자기네는 복수한다고 (하더라고요.) 된통 당해놓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제가 대꾸 자체를 못하겠더라고요.]
경찰은 보이스피싱범이 개인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만큼 일체 대꾸하지 않고 끊는 게 현재로선 어쩔 수 없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김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