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인들은 지난해 열린 럭비 월드컵과 뉴질랜드, 일본에서 각각 발생한 지진으로 비극을 공유하게 되면서 아시아인들에 대해 좀 더 따뜻한 감정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뉴질랜드 재단이 14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인들의 아시아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들었다.
지난 해 9월부터 10월 사이 1천명 이상의 뉴질랜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감정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고 응답한 사람은 21%를 넘어섰고, 아시아인들이 뉴질랜드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5명 중 4명꼴이었다.
또 아시아 지역이 뉴질랜드의 미래에 중요하다거나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8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매년 실시되는 이번 조사에서는 이밖에 아시아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지난 번 조사 때 29%에서 25%로, 아시아인들이 뉴질랜드 주류사회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0%에서 35%로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인 친구가 있다는 응답자도 계속 늘어 지난번 조사 때 65%에서 이번에는 72%였고, 지역에서 열리는 아시아인 행사에 참석한다는 응답자도 28%에서 33%로 증가했다.
조사 보고서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감정이 좀 더 따뜻해졌다고 밝힌 사람들의 17%는 아시아에서 일어난 자연 재해 때문에 그곳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동정심을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며 "이는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이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고,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때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받은 도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럭비 월드컵이 뉴질랜드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줌으로써 전반적으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사에서는 특히 중국, 일본, 인도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0(매우 차갑고 비우호적)에서 100(매우 따뜻하고 우호적) 사이 수치로 평가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일본은 지난번 조사 때 73에서 이번에는 76으로 상승했으나 중국과 인도는 각각 70과 69로 지난 번 조사 때와 변함이 없었다.
뉴질랜드인들은 그러나 아시아에 대해 생각할 때 대부분 중국과 일본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고,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회원국으로 돼 있는 아세안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아시아 뉴질랜드 재단의 필립 버든 이사장은 "아시아 이민자들이 이 나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5명 중 4명꼴로 나타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그러나 앞으로도 난제들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