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남산 중턱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남산 꼭대기까지 택시 요금으로 얼마나 나올까요? 보통 7000원이 안 나오는데, 외국인만 골라 몇 만 원씩 받아내는 택시기사들이 있습니다. 단속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조기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초저녁 서울 남산 중턱입니다.
케이블카 주차장으로 택시들이 몰려듭니다.
대기 중인 택시들.
하나같이 지붕 위의 등, 즉 탑등을 꺼놨습니다.
손님이 타야만 끌 수 있는 등을 손님이 없는데도 꺼 논 겁니다.
이런 택시 한 대가 일본인 손님을 골라 태우더니 출발합니다.
[저 택시, 저 택시요!]
직접 쫓아가 봤습니다.
도착한 곳은 서울타워였습니다.
주행거리 6km. 10분 거리인데, 요금은 4만 원이나 나왔습니다.
[스케카와 니카코/관광객 : (요금을 얼마 달라고 했나요?) 한 사람에 만 원씩이요.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정상적으로 미터기를 누르고 가면 요금이 얼마나 나올까?
똑같은 길로 운행해보니 6500원이 나왔습니다.
취재진이 섭외한 일본인을 택시에 태워봤습니다.
[(서울타워요. 아, 미터기 안 누르세요?) 미터기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역시 택시기사는 서울타워까지 4만 원을 받아냅니다.
외국인에게 바가지 택시요금을 씌우는 행태에는 서울시도 한몫 거들었습니다.
지난 2005년 서울시가 내국인이 탄 택시와 승용차는 남산 출입을 전면 금지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명분은 외국인 탑승 택시를 제외한 모든 차량의 운행을 제한해 남산의 매연을 줄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타워로 올라갈 수 있는 길입니다.
이 곳을 택시로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외국인으로 한정돼 있는데, 택시기사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겁니다.
문제는 외국인 바가지 요금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구청 관계자 : (어제 그제 단속 안 나오셨던데?) 단속 지역이 여러 군데 있는데 한 군데만 못하죠. (외국인만 골라 태우고 요금도 너무 많이 받는다던데요?) 현장에서 바가지 요금을 받는 게 아니고 목적지 가서 이뤄지기 때문에 못 잡아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울시가 적용한 예외 규정이 외국인에게 대놓고 바가지 씌우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영상편집 : 오광하,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