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일본 도쿄 영사관에서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이 시작됐습니다. 등록 신청은 세 달 이상 진행되지만 처음으로 참정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재일동포 100여 명이 아침 일찍부터 영사관에 오셨습니다.
1세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말이 서툴러 일본말로 인터뷰에 응하시더군요. 70세가 넘으셨다는 한 분은 일본에 온 지 50년이 넘으셨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투표를 해보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면서 감격스럽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인삿말 정도 밖에 한국말을 모르시는 다른 분은 멀리 떨어져 있고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탓에 선거에 나선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정작 투표를 하게 되더라도 누구를 찍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걱정하시기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가 파악한 일본 내 동포는 56만 5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투표권이 없는 조선족 5만 명을 제외하면 51만 5천 명 정도가 되고 이 가운데 선거권을 가진 19세 이상 성인이 46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많은 분이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작 투표를 할 수 있는 분은 23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본을 떠날 일이 없기 때문에 여권을 만들지 않은 분들이 많으시다는 말은 놀랍기도 하더군요. 그만큼 연령이 높은 분들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재외선거인 등록 절차가 시작되면서 오랜 기다림 속에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장은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선거인 등록 신청이 석 달 동안 이뤄지는 반면, 재외투표는 단 6일 동안 진행됩니다.
만약 재일동포 23만 명이 6일 동안 그리 넓지 않은 영사관 건물에 모여 투표를 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한 상황입니다. 정부로서도 투표소를 분산 설치하자니 만약에 벌어질지 모르는 일에 대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곤란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과연 누구에게 한 표를 찍어야 할지 설명해 주는 일본어 자료도 부족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도 투표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연한 권리인 참정권을 평생 처음으로 늦게나마 행사할 수 있게 돼 감격하고 계시는 분들이 또 한번 조국에 실망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철저한 준비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