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택시를 타면 특히 공항 근처에서나 외국인 손님의 경우 생각보다 많이 나온 요금에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미터기로 가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장 추적, 서경채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국제공항, 한 외국인이 택시 승강장에서 행선지를 말합니다.
[(이태원, 서울) 이태원, 오케이]
택시를 타자 기사는 넌지시 가격을 흥정합니다.
[(이태원 해밀턴 호텔) 7만원. (노 노! 미터!)]
미터기를 작동시켜 목적지까지 달리니 요금은 55,500원.
그런데 취재진이 다른 택시를 타고 곧바로 뒤쫓아 갔더니 46,800원이 나왔습니다.
무려 18%나 차이가 났습니다.
이번엔 내국인이 택시를 타 봤습니다.
공덕역까지 같은 방식으로 추적했더니 요금은 5천 원 이상, 영수증에 찍힌 승차 거리는 8km나 차이 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언뜻 봐서는 정상 미터기입니다.
미심쩍을 때 살펴보는 봉인도 그대로.
그런데 기사는 멀쩡한 미터기 한쪽 덮개를 가볍게 젖힙니다.
이쑤시개로 덮개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미터기의 숫자가 변합니다.
펄스라는 전자 제어 신호인데 숫자가 낮아지면 요금 상승 구간이 짧아져 요금이 빨리 올라간다는 겁니다.
조작은 2, 3초면 충분합니다.
[택시기사 : 공항에서 뛰는 애들이 (미터기 요금을) 20%씩 올려놓는 경우가 많죠.]
조작한 미터기가 요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했습니다.
정상으로 맞춰놓고 달리면 승차거리 9.3km에 요금은 7,600원.
조작한 뒤, 같은 거리를 운행했더니 승차거리가 2km 늘어나면서 덩달아 요금도 8,900원으로 올라갔습니다.
[택시기사 : 손님이 눈 뜨고 당하는 거죠.]
이런 내용을 단속 책임이 있는 서울시에 알렸습니다.
서울시는 한 택시 회사의 차고지를 긴급 점검했습니다.
택시 120여 대 가운데 2대의 미터기 덮개가 젖혀 졌습니다.
[서울시 단속반 : 이게(덮개) 떨어졌는데….]
그런데 공인 시험소의 미터기 주행검사에선 정상 판정이 나왔습니다.
[김훤기/서울시 택시물류과 : 임의로 변조시킬 수 있는 개연성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개연성만 가지고 평상시에 변조해 운행했다는 증거로 보기는 어렵는 거죠.]
하지만 택시 기사들은 이처럼 단속해서는 미터기 조작을 적발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택시기사 : 회사(차고지)에 들어갈 때는 다 (펄스를) 정상으로 누르고 들어가죠.]
서울시의 단속이 이뤄진 다음 날.
취재진이 무작위로 택시를 골라 인천공항에서 신공항 톨게이트까지 요금을 측정해봤습니다.
외길이고 교통량이 적어 요금이 일정하기 때문입니다.
[택시기사 : 톨게이트를 나갈 때 2만 원~2만 5백 원 정도 나오면 정상인거죠.]
그러나 이 택시의 요금은 무려 3만 3,400원.
정상 요금보다 1만 원 이상 뻥튀기 됐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체 7만 2천 대의 택시를 모두 점검했는데, 미터기 조작 택시를 단 한 대 적발하는 데 그쳤습니다.
서울시가 실효성 있는 단속 방법을 내놓지 않는 한, 미터기 조작과 바가지 요금을 둘러싼 시비와 의혹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이재성,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