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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제2의 김연아 탄생은 백만분의 일? 씁쓸한 피겨계의 현실

[U포터] 제2의 김연아 탄생은 백만분의 일? 씁쓸한 피겨계의 현실
김연아는 3월 '도쿄 세계선수권'출전을 앞두고 있다. 앞선 '4대륙선수권'에서 안도미키가 여자싱글 선수 사상 4번째로 200점을 돌파하며 김연아와의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싱글선수들이 1,2,3위를 차지하고 여자선수는 1,2위와 3위도 일본계 미국선수가 차지하며 피겨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안도미키와 아사다 마오, 미라이 나가수가 수행한 것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악셀을 비롯하여 제대로 회전수를 채운 점프가 거의 없음에도 프리스케이팅에서 130점이라는 고득점을 기록했다. 기술적인 부분의 문제뿐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안도미키는 '점프밖에 없다'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점프를 뛰기 쉽게 프로그램을 구성하였고 무리하게 3-3컴비네이션을 넣지 않은 것이 오히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피겨스케이팅이 다른 스포츠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음악을 사용하여 예술적인 부분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피겨가 귀족스포츠라고 불리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과 연기력을 함께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미지역이 오랫동안 피겨강대국 자리를 지켜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림픽챔피언인 타라 리핀스키 보다 미쉘 콴이 더 오래 사랑받는 것은 음악을 표현할 줄 아는 스케이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겨에서 일본의 세력이 커지면서 예술성은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아라카와 시즈카 이지만 그의 연기를 기억하는 피겨팬들은 드물다. 이는 아라카와가 예상외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개성 없는 프로그램을 연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림픽때 보여준 연기가 그의 선수생활 중 가장 최고 였음에도 피겨팬들이 기억하는건 묘기에 가까운 이나바우어 뿐이다.

2002년 판정스캔들로 퇴출위기까지 있었던 피겨스케이팅이 2006년에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2010년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존재감 있는 챔피언을 배출해야 했다. 피겨에 여러 종목이 있지만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는 여자싱글 금메달은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후 영향력 있는 스포츠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쇼트, 프리에서 결점없는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음악을 표현할 줄 아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피겨팬들이 갈망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을 해내는 선수가 아닌 감동을 줄 수 있는 선수이다. 이 점은 피겨스케이팅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특수한 부분이다. 하지만 예술은 기술을 동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일본 선수들이 아무리 고난이도 점프를 뛴다고 해도 예술성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 무조건 어려운 기술만 성공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점은 이런 문제점들을 공론화시키지 않고 모두 인정해주는 피겨계의 동향에 있다.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몇몇 강대국들만 남는 스포츠가 될 것이다. 김연아 같은 피겨약소국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일은 거의 보기 힘들어 지고 있다. 4대륙 선수권의 결과가 씁쓸한 것은 피겨계의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모두 보여준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계숙 SBS U포터 http://ublog.sbs.co.kr/slangs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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