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쓰시마(對馬)섬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아오가시마(靑ケ島)에 관심 있다더라."
일본이 난데없는 '한국 공포증' '중국 공포증'에 휩싸이고 있다. 일본의 영토를 인접국들이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게 공포의 핵심이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항에서 남쪽으로 358㎞ 떨어진 인구 167명의 낙도 아오가시마(靑ケ島) 주민들은 지난 1월부터 '국가멸망의 위험'이라거나 '외국인에 점령된다'고 적힌 이메일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서 외국인은 중국인을 가리킨다. 지난해 11월 한 도쿄도 지방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아오가시마에 중국인 대량 이주→섬, 독립해 중국과 동맹→중국, 주일미군을 봉쇄하고 대만과 오키나와 침공'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쓴 것이 공감을 끌자 이 내용을 기반으로 소설이 등장했고 이번에는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 공세로까지 이어진 것.
아사히신문의 취재 결과 섬 주민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이는 도쿄에 사는 59세 남성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자민당이 다수인 도쿄도 의회가 조만간 치러질 선거에서 민주당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외국인참정권 부여 반대'나 '민주당 반대' 주장을 섬 주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이메일과 팩스를 보냈다고 말했다.
중국 공포증을 자극하는 이들이 아오가시마에 관심을 두는 유일한 근거는 이 섬이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자체라는 점이다. 지자체장 선거가 불과 10표에 의해 좌지우지될 정도로 작은 섬이니 중국인이 일부만 이주해도 아오가시마를 차지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한국이 대한해협에 있는 섬 쓰시마를 차지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일본에 널리 퍼져 있다.
2008년에는 외지인으로 이뤄진 보수단체가 쓰시마에서 "쓰시마 시민 여러분! 눈을 뜨세요. 이건 전쟁입니다"라고 외치는 캠페인을 벌였을 정도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한국인 관광객이 2008년에만 해도 약 7만2천명이나 쓰시마를 찾았다는 점. 쓰시마에 한국인 상대 영업이 활발해지는 등 '친(親)한국' 경향이 강해지다 보면 언젠가 섬도 뺏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부 단체는 "한국인들이 쓰시마 토지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선동하며 "조선인을 쫓아내라"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섬을 뺏길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은 극소수지만 재일동포 등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데 반대하는 이들은 꽤 광범위하게 퍼졌다. 43개 현의회 중 외국인참정권 부여에 반대하거나 "신중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채택한 곳이 35곳에 이를 정도다.
이들은 한국이 투자자이긴 하지만 수년전부터 영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있다는 점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일부나마 이처럼 근거 없는 공포에 휩싸이며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 정치와 경제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