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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누가 안도 미키에게 '쿼드러플' 요구하나

안도 미키 번복, 불가능한 영역에 도전…'애증의 쿼드러플'에 대한 미련

일본 여자피겨 선두주자 안도 미키(23·도요타)에게 항상 따라붙는 피겨 기술용어가 있다.

바로 '쿼드러플'이다. 쿼드러플은 남자선수도 하기 어렵다는 공중 4회전 점프다. 그러나 안도 미키는 공식경기에서 쿼드러플을 '완벽히' 성공한 적은 없다는 게 피겨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안도 미키는 지난 2002년 12월 세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서 당시 15세의 나이로 쿼드러플 살코를 소화해 일본피겨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2010년 지금 신 채점제 하에서 냉정히 판정하면 회전수 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안도 미키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공중 4회전 점프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안도 미키는 쿼드러플을 소화하기엔 신체가 완전히 변한 성인이 되어 있었다. 착지에서 심하게 넘어지면서 부쩍 큰 키와 체중을 두 무릎이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쿼드러플 실패로 토리노올림픽서 15위권으로 밀려난 안도 미키는 공중 4회전 점프에 대한 미련을 잠시 접어뒀다.

그러나 2006년 당시 일본 피겨 팬들은 여전히 안도 미키의 쿼드러플 도전에 미련이 남아있었다. 그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안도 미키가 다시 공중 4회전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당시 안도 미키 측근은 반신반의한 상태였다. 안도 미키가 같은 해 2월 토리노올림픽서 당한 쿼드러플 실패에 따른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까닭이다. 안도 미키도 2006년 12월 4일 일본의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쿼드러플을 꼭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모든 기술들을 시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6년은 사실 한국의 김연아가 세계 피겨 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시기다. 주니어무대를 평정한 김연아는 성인무대에 입성하자마자 세계 피겨 중심선수들의 입지를 위협했다.

안도 미키 팬들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 세계피겨여왕을 예약한 김연아의 등장으로 안도 미키는 더 이상 세계 피겨 선두그룹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느껴야 했다. 위기감을 느낀 안도 미키 팬들은 신진 세력과 차별되는 안도 미키의 고난도 기술에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누가 안도 미키에게 쿼드러플을 요구하나

"올림픽서 여성 피겨선수 최초로 공중 4회전에 성공해 '기네스북'에 오르고 싶다"

안도 미키는 최근 심경에 변화가 왔다.

일본 언론을 통해 올림픽서 여자피겨선수 최초로 공중 4회전 점프를 성공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마음속 봉인해 온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도전 욕구가 다시 꿈틀댄 것이다. 

안도 미키의 변심은 다 이유가 있다.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무대가 될 밴쿠버에서 자신의 영역을 남겨두길 원하고 있다. 

안도 미키가 일본 언론을 통해 말한 쿼드러플을 통해 기네스북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은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피겨선수로 남길 원하는 마음일 것이다. 

안도 미키는 집념과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없는 벽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안도 미키는 지난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음에도 "이래서는 '세계'에 통용되지 않는다"고 토로한 바 있다.

안도 미키가 말한 세계는 김연아였다. 김연아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안도 미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세계피겨여왕 김연아'도 할 수없는 영역에 도전해 안도 미키 자신만의 이름을 남기는 일이다.

올림픽 1위가 어렵다면, 여성피겨 최초 '쿼드러플 성공 기네스북 등재'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의 세계 1위가 되는 차선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 안도 미키에게 무모한 4회전 도전을 요구하는 것은 안도 미키 팬들도, 일본 언론도 아닌, 안도 미키 자신이다.

안도 미키 팬들은 안도 미키가 지난 2009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보여 준 쉬운 기술위주 안정적인 연기의 차선책이 성공하자, 더 이상 안도 미키에게 무모한 도전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안도 미키는 근성으로 뭉친 피겨선수다. 2008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에서 그녀는 근육파열을 당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프리스케이팅에서만 4번이나 처참하게 넘어졌지만 계속 일어섰다. 끝내 코치진의 중재로 경기를 포기했지만 안도 미키의 투혼에 세계 피겨 팬들이 감동했다.

신 채점제 이후 한 시즌을 포기하면서까지 점프교정에 노력한 정신도 안도 미키의 강인한 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불가능한 영역이 되어 버린 쿼드러플, 안도 미키에게는 달라진 체중과 신장으로 선수생활에 치명적인 부상을 줄 수도 있는 고난도 기술이지만, 또 다른 목표를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맛봤던 애증의 공중 4회전 점프, 안도 미키는 선수생활 내내 자신을 옥죄여 온 쿼드러플을 올림픽서 후회 없이 시도하고 미련을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쿼드러플이 성공해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라오든, 실패해서 다시 한 번 자국 피겨 팬들에게 비웃음을 사던 상관없이 시도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안도 미키의 심정일 것이다.

이충민 SBS U포터 http://ublog.sbs.co.kr/slangslang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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