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취재수첩입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오는 25일 전주에서 개막하는 4대륙피겨선수권에 김연아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기로 확정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서 내린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은 확고하게 불참 입장을 고수해 온 김연아 선수측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겁니다.
김연아 선수가 4대륙대회에 출전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작년 3월 세계선수권 우승 때부터 일찌감치 4대륙대회는 출전하지 않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었습니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컨디션 조절은 물론 막바지 훈련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과 시차가 없는 일본에서 훈련하고 있는 아사다 마오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팬들은 국내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를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올림픽이 먼저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기정사실화 됐던 4대륙대회 불참계획이 갑자기 암초를 만났습니다.
국제빙상연맹 친콴타 회장이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참가를 독려해 달라는 친서를 보내오면서 차질이 생겼습니다.
친콴타 회장은 친서 이외에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김연아 선수의 출전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연맹회장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는 대한빙상연맹은 입장이 난처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일파만파 퍼져나갔습니다.
배후에 김연아 선수를 흔들려는 일본 스폰서들의 계획적인 음모가 있다든가 대회 흥행을 염려한 전주시가 압력을 넣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빙상연맹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김연아 선수측과 접촉했지만 올림픽에 올인하겠다는 그의 입장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빙상연맹도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결국 오늘 김연아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로 4대륙대회 출전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여부는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불참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올림픽에 전념하라는 격려와 함께 혹시 있을지도 모를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친콴타 회장이 출전을 요청하면서 "장거리 이동으로 잃는 것보다 대회 참가로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한 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마치 '불참하면 잃는 것이 더 많다'는 말로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피겨는 다른 종목과는 달리 사람이 하는 채점으로 메달 색깔이 정해져서 팬들은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론이 난 이상 이제 필요한 것은 더욱 완벽한 훈련밖에 없습니다.
완벽한 기술과 연기로 팬들의 우려를 말끔하게 불식시켜 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올림픽을 선택한 김연아 선수가 오는 2월 '밴쿠버의 여왕'으로 뜨겁게 피날레를 장식하기를 기대합니다.
12월 5일 취재수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