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2009시즌부터 김연아의 화장은 달라졌다. 처음 쇼트프로그램 죽음의 무도가 공개 되었을 때 화제가 되었던 것은 진한 스모키 화장이었다. 그 전에는 경기용 화장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할 때 붉은 립스틱으로 강렬함을 표현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메이크업이 강하다는 느낌은 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시즌에 보여준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은 김연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프로그램에 더욱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다.
특히 죽음의 무도는 음악과 안무 의상까지 그동안 해왔던 어느 프로그램 보다 강렬했기 때문에 김연아의 달라진 메이크업은 모든 요소와 융합되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07~08시즌에 연기했던 '박쥐'나 '미스사이공'은 강하다기 보다는 사랑스럽고 애절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스모키 화장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박쥐를 연기할 때 분홍빛 볼터치를 사용하여 발랄한 분위기를 강조했으며 미스사이공 때는 과하지 않은 화장으로 비극적인 삶을 산 '베트남 소녀'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곡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메이크업이라고 해도 어딘가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의상이 그리 화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연아의 모습은 수수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피겨스케이팅은 프로그램 내용 뿐 아니라 선수의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순수해 보이지만 어딘가 평범해 보이는 모습은 100% 좋은 인상을 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연아의 스모키 메이크업은 좀 더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김연아의 메이크업은 더욱 진해졌다. 지난 시즌이 라인을 살린 스모키 메이크업이었다면 이번엔 눈 전체를 좀 더 진하게 화장하여 눈매를 더욱 깊어지게 표현하였다.
달라진 것은 눈 화장뿐만이 아니다. 얼굴의 색조 메이크업도 더욱 강해져 본인의 하얀 피부를 한 단계 다운시켰고, 립스틱의 색깔도 더욱 진해졌다. 눈 화장만을 강조하고 얼굴은 하얗게 표현했던 지난 시즌과는 다른 모습이다.
시니어 경력이 점점 늘어가면서 어떤 모습이 심판들과 관중들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터득했을 것이고, 올림픽 시즌에 돌입한 현재 가장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였을 것이다.
의상,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김연아는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콘 중의 한 명이고 단순히 경기를 잘하고 못하느냐뿐 아니라 의상이나 메이크업까지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의상에 조금이라도 대중적이지 않거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누구보다 심하게 질타를 받는다.
특히 2007~2008시즌에 김연아의 의상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렸었다. 박쥐 의상은 색깔이 너무 칙칙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미스사이공 의상은 의상 자체가 아름답지 않다는 주장이 많았다. 김연아 자신도 의상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니 의견이 분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 김연아는 2008~2009시즌부터 의상에 많은 신경을 썼고 깔끔한 디자인과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 장식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화려함과 동시에 의상에 대한 불평이 나오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가장 트랜디 하다는 스모키 메이크업까지 했으니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김연아의 외향적인 모습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김연아에게 드리워진 잣대는 더욱 엄격하다. 조금만 약하고 어딘가 모자란다 싶으면 혹평이 쏟아지기 때문에 외향적인 모습까지 완벽하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 김연아의 현실이다.
경기를 할 때도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여지없이 점수가 깎인다. 지난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에서 많은 실수가 나오자 김연아의 구성점수는 61점까지 떨어졌었다.
최고 68점을 받았던 것을 보면 아무리 실수를 했다고 해도 점수가 너무 많이 깎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실수가 많은 연기에 높은 구성점수가 나올 수는 없겠지만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가혹하리 만큼 냉정한 평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기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심할 텐데 외향적으로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 김연아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선수로서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특히 올림픽 시즌이라 많은 기대감까지 감당하여야 하니 아무리 '강심장' 김연아 여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압박감은 톱스케이터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피겨 세계챔피언인 김연아가 피할 수 없는 관문이기도 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모든 경기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잘하는 날이 있으면 못하는 날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잠시 흔들렸다고 부진했다거나 계속해서 과제를 제시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완벽해 지려는 선수에게 아예 '피겨 하는 기계'가 되길 바라는 것이나 똑같은 것이다.
김연아의 진해지는 화장이 완벽해지려고 애 쓰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직 19살의 소녀이니만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진심어린 응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이계숙 SBS U포터
http://ublog.sbs.co.kr/slangsl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