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을 대하는 여야의 속내가 복잡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민주당은 이를 저지 하겠다고 맞서면서 국회는 공회전을 거듭해 정치권에 대한 여론이 점차 악화하고 있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3일 미디어법을 제출한 이래 7개월이 넘도록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무기력하게 처리도 못 하고 분란만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또 현재까지 미디어법에 대한 대안 제시도 않은 채 반대만으로 일관해 연말 연초 국회와 6월 임시국회마저 마비 상태에 빠지게 한 데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떻게든 해법 마련이 절실한 가운데 여야간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법 내용을 대폭 수정하더라도 일단 통과시키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도 겉으로는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한다'는 지난 3월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를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디어법 논의를 위한 양당 정책위의장과 문방위 간사간 '4자회담'도 이러한 합의 준수가 먼저라며 조건부수용 원칙을 내세우는 등 강경하다.
그러나 방송법의 핵심인 신문방송 겸영 허용도 2013년 이후로 미루고,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보유 지분 비율 상한도 아예 `0%'로 낮추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통과를 서두르는 것은 이번에 처리되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를 비롯한 하반기 예산 및 법안 처리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디 어법도 첩첩이 쌓여 있는 정치일정 앞에서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내부 단속도 만만치 않다.
벌써 반년 넘게 끌어온 미디어법 대치로 의원들의 피 로감이 가중되며 추진동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
굳이 급하게 통과시킬 이유 가 있느냐는 여론 확산과 함께 심지어 "여권 내 몇 명만 통과를 간절히 원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 현실적으로 야당이 사력을 다해 방어할 경우 다수 여당이라도 법 통과를 시 키기가 쉽지만은 않다.
바로 직전 17대 국회에서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입법'이라며 국가보 안법폐지와 사학법, 과거사법, 신문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를 '4대 악법'이라며 장외투쟁까지 벌인 한나라당에 막혀 법 처리는 좌절되거나 대폭 수정해야만 했다.
'미디어산업발전법'이라고 추진하는 한나라당과 이를 'MB 악법'이라고 저지하는 민주당과 대결 모습이 지금과 꼭 같은 형국이다.
반면 막아서는 민주당이 설 땅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상임위의 한나라당 대 민주당 비율은 16 대 8로 힘으로는 언제든 밀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불과 100일 전에는 합의처리키로 사인까지 해놨다.
여론수렴이 부족하 다고는 하지만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입장을 바꾸느냐'는 비판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결국 최후까지 저항하다 언젠가는 통과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시간을 벌면서 최대한 법안을 수정해 무력화시키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 부분을 문제 삼다 여당이 지분 보유 허용비율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하자 이제는 종합편성채널의 대기업 진출까지 문제를 확대하고 있다.
또 애초에는 여론조사를 요구하다 입법권의 침해라는 반대가 일자 언론시장 환경조사 등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 이후로 법안 처리를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