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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니즘'의 비애…중동 건설근로자의 고달픈 삶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말이 50도이지, 80%의 습도까지 동반한 걸프지역의 더위는 외부에 가만히 서 있어도 1~2분을 견디기 힘들 만큼 살인적입니다.

이 정도 폭염이면 반팔 상의에, 반바지, 샌들을 신고 다녀도 애꿎게 살만 태울 뿐 더위를 해소하는 데 별 소용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폭염 속에서도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긴 팔 작업복을 입고 머리엔 헬멧, 얼굴엔 마스크까지 쓴 채 땡볕 아래서 힘겨운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로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출신 근로자들입니다.

한 달 급료는 숙련도에 따라 우리 돈 20만원 안팎, 그나마 숙식을 제공받기에 담뱃값 정도를 뺀 나머지는 고스란히 고국의 가족들에게 보냅니다.

살인적인 물가 탓에 움직이면 돈이니 휴일에도 나들이는 생각도 못하고 그저 현장에서 잠을 자거나 동료들과 한담을 나눌 뿐입니다.

오직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청춘을 열사의 땅에 저당잡힌 고된 삶의 현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걸프지역의 마천루들이 실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요즘 우리 기준으로 보자면야 당연히 '착취'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한 근로조건입니다.

허나 한 달 20만원 가량의 수입이라 할 지라도 이들 나라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소득이고 아직도 걸프지역에 나오려는 예비근로자들이 줄을 서있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 70년대 중동 건설붐 때 우리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사우디나 쿠웨이트, 리비아 건설현장에서 값진 외화를 벌어들였던 경험을 30여년이 지난 지금 동남아 국가들이 이어받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힘겨운 표정으로 작업중인 동남아 근로자들을 볼 때마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노고가 새삼 오버랩되고, 세월이 흘러 이들 동남아 국가들조차 중동 건설현장을 졸업할 때쯤이면 혹시 북한 근로자들이 뒤를 잇는 건 아닐까 상상해 보곤 합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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