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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자살폭탄, 중동은 역시 '화약고'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카이로에 지국을 개설한 지 이제 불과 열흘 째이지만 '세계의 화약고'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가진 지역답게 이곳 중동에서는 크고 작은 테러와 군사적 행동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주재 인도대사관에서 폭탄테러로 40명 넘게 숨진 것을 비롯해, 터키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총격전으로 6명이 사망했는가 하면, 이라크 곳곳에서는 저항세력이 거의 소탕됐다는 미군과 이라크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요즘도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폭탄 공격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 가운데 세계의 이목을 가장 많이 끌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란과 이스라엘-미국간의 신경전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스라엘은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흘렸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도 경고를 거듭해 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돌연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이틀 연속 발사하며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이란이 이렇게 위력시위까지 벌이며 강하게 저항할 수 있는 배경에는 주지하다시피 천연자원이 있습니다. 이란은 매장량 기준으로 원유는 세계 4위, 천연가스는 2위를 차지할 만큼 스스로가 자원 부국인데다, 결정적으로 세계 원유수송량의 40%가 통과하는 호르무츠해협을영해로 갖고 있다는 지경학적 이점마저 갖추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을 경우 호르무츠해협을 불바다로 만들어 원유 수송을 마비시키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해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유가 행진에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마당에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 이란의 호르무츠해협 봉쇄 - 다른 아랍국가의 참전으로 제5차 중동전으로 확산 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날이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는 시간 문제요, 경우에 따라 300달러, 400달러 이상 치솟는 사상 최악의 오일 쇼크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이럴 경우 고유가와 달러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은 버틸 재간이 없을 테고, 또 이스라엘의 든든한 맏형 역할을 자임해 온 입장에서 유가 상승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피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고민을 정확히 꿰뚫은 이란의 강경대응은 적어도 당분간은 유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치킨게임'하듯 호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당장 백악관이 외교적 해결책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고 국제사회도 이스라엘의 강경일변도적인 태도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핵무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에게는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란이 핵개발 계획을 명백히 포기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대규모 공격은 언제든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자존심 세기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민족들이고, 물과 기름처럼 좀처럼 화합하기 어려운 사이라 불안감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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