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민영화는 있을 수 없는 일"
"현 정부 임기 내에 건강보험 민영화는 안 한다"
복지부에서도, 한나라당에서도 건강보험 민영화는 안 한다고 합니다. (국민 건강을 담보하는 제도라며 바꿨겠지만) 원래 이름이었던 의료보험이라고 해도 의료보험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밀실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의료 민영화, 하는 걸까요, 안 하는 걸까요.
안 한다고 한 걸까요, 안 한다고 한 건 아닐까요.
1.
눈치채셨겠지만, 앞의 질문이 말이 안되죠. '건강보험 민영화'와 '의료 민영화'는 같은 말이 아니니까요. 건강보험 민영화 혹은 의료보험 민영화와 의료 민영화는 다릅니다.
의료보험 민영화를 간단하게 부르는 줄임말이 의료 민영화인 것도 아닙니다. 건강보험 민영화는 쉽게 말해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반면, 의료 민영화는 국가 주도로 공공,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던 의료서비스를 민간 중심으로 바꾸는 걸 의미합니다. (민간 중심이 꼭 영리지향적인 것만은 아닐테지만, 대체로 그렇게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러니까 건강보험 민영화는 의료 민영화에 속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의료 민영화를 안 한다면 건강보험 민영화도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건강보험 민영화를 안 한다고 해서 의료 민영화까지 추진하지 않는 거라고 볼 순 없겠죠.
그렇기에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냐"고 물어보는데, "건강보험 민영화는 안 한다"고 답하는 건, 동문 서답이라는 지적이 맞죠.
2.
그럼 의료 민영화는 하는 걸까요, 안 하는 걸까요. 여기서부터 논의의 지점은 계속 엇나갑니다.
현재 '민영화'라는 말은 원래 의미와는 같지 않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공기업 민영화라는 말 대신 공기업 선진화라는 표현을 썼고요,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의료 민영화 논쟁이 소모적인 이념논쟁"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 민영화 혹은 의료 산업화나 의료 영리화라는 말을 사용하기보다는 의료 선진화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슷하거나 같은 의미를 지닌 말을 한쪽에서는 의료 민영화라 하고, 다른쪽에선 의료 선진화라고 하니, 논의의 지점이 형성되지 못하는 거죠.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시민단체: "정부는 의료 민영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복지부: "우리는 의료 민영화 안 한다. 의료 선진화 한다."
시민단체: "의료 민영화 밀실 추진 중단하라!"
복지부: "의료 민영화 안 한다니까!"
토론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입니다. 사실 정부가 건강보험 민영화를 염두에 뒀을 때도, 민영화 안 한다, 선진화한다...라고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안 한다고 했으니까요.
3.
의료법 개정 문제도 그렇습니다. 복지부는 이번 의료법 개정과 의료 민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의 의료채권법 입법 추진,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제주도나 경제특구에서 영리병원 허용 추진 등과 의료법 개정을 함께 볼 때 의료 민영화 추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시민단체는 이러니까 의료 민영화라고 주장하죠.
복지부와 시민단체가 이 문제를 놓고 조만간 토론을 하겠다고 합의하긴 했지만, 이렇게 각자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토론이 제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4.
다시 같은 질문입니다. 의료 민영화, 하는 걸까요, 안 하는 걸까요. (그야말로 좀 지난 유행어로 "같기도"입니다. 하는 것 같기도... 안 하는 것 같기도...)
*토론이 제대로 안되는 또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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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