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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질타에 공무원들 '화들짝'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공무원들의 태평하고 안이한 업무 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내가 기업에 있을 때 수출이 잘 안되면 회사 간부들은 잠을 못 잤다. 국민이 일자리가 없고 서민이 힘들어 할 때 우리 공직자들은 과연 그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기업은 잘못되면 부도가 나고 직원들에게 봉급을 못 준다. 서민이 어려워하고 재래시장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우리 공직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일하느냐"고 물었다.

"재정에 위기가 오고 경제성장은 떨어지고 일자리가 준다고 해도 여러분은 감원이 되나, 봉급이 안 나올 염려가 있나. 그냥 출퇴근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공무원들의 고질병인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 조직 이기주의가 사라지지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는 대통령이 공무원의 업무행태를 불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정부 부처에 대한 기강잡기로 해석하고 있다. 여러 부처 가운데 가장 처음인 기획재정부의 보고를 받을 때 기강을 잡아놓아야 공무원들이 형식적이고 구태의연한 업무보고를 지양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한 간부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긴장이 안될 수가 없었다"면서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던 대통령이 직접 공무원 태도를 질타하는데 분위기가 저절로 숙연해졌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대통령은 모두발언 후반부로 가서는 다소 긴장을 푸는 분위기를 유도했지만 직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컸다"면서 "아무래도 우리 부처가 처음이니까 군기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머슴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는 대통령의 지적에는 공무원으로서 뜨끔한 점이 없지 않다"면서 "솔직히 기업체 만큼 시장의 요구에 민감하지 못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한다"고 고백했다.

이 부처의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힘든 나날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들은 분위기에 맞춰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외의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이 대통령의 언급에 공감을 표시하고 업무자세를 다잡는 분위기다.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민이 어려울 때 공직자들은 잠을 못자고 고민해야 한다는 말씀은 개방 등 여러가지로 어려움에 처한 농어업의 돌파구를 찾아야하는 우리 부처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머슴으로서 국민을 섬기라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도 정운천 장관이 취임식에서부터 계속 강조하는 내용"이라며 "이 취지에 맞춰 얼마전 농어업인.소비자 단체장 간담회 때 장관을 비롯한 국장급 간부가 먼저 나가 영접했다"고 소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직자가 국민을 위한 머슴이라는 이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원론적으로 옳은 말"이라고 공감을 표하면서 "외형적이고 형식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을 섬기는 서비스 정신을 살려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다만 효과나 성과를 중시해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게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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