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격자' 속 전직 형사는 교통사고로 마주친 지영민(하정우 분)이 범죄를 저지른 낌새를 채고 격투 끝에 체포합니다. 일반인에게도 체포권한이 있을까요?"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에 '미디어 속 법률' 코너를 연재해 온 김진숙(사시 32회.여) 대검찰청 부공보관은 2일 발간된 3월호에 희대의 살인마를 그린 영화 '추격자'와 관련한 법률정보를 실었다.
영화 속 엄중호(김윤석 분)는 전직 형사이지만 성매매 알선업을 하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4885'인 남자에게 호출을 받고 출장 나간 여성들의 소식이 끊겨도 처벌을 받을까 봐 법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엄중호는 지영민이 운전하는 차를 들이받았는데 지영민의 옷에 묻은 혈흔 및 그의 휴대전화 끝번호가 '4885'인 점을 알아채고 "야, 4885…너지?"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듣자마자 달아나는 지영민을 쫓아가 체포한 뒤 경찰에 넘긴다.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211조에는 ▲범인으로 호칭돼 추적되고 있을 때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됐다고 보이는 흉기 등을 소지했을 때 ▲신체 또는 의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을 때▲누구임을 묻자 도망하려 할 때 현행범으로 간주하도록 돼 있다.
김 검사는 "지영민이 엄중호와 맞닥뜨렸을 때 범죄를 저지르는 중은 아니었지만 옷에 현저한 증적(혈흔)이 있고, 누구임을 묻는 순간 달아났기 때문에 준현행범에 속해 일반인 신분인 엄중호에게 체포할 권리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은 현행범을 체포한 즉시 검사 또는 경찰관에게 신병을 인계토록 규정하는데 엄중호가 체포 후 지영민을 바로 경찰서로 데려간 것은 옳은 일"이라며 "하지만 격투 중 지영민의 얼굴 등을 마구 때려 상처를 입힌 행위는 체포의 적정한 한계를 일탈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 검사는 또 "영화 속 경찰이 증거를 찾지 못하면 범인을 풀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실제로 아무리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 해도 증거 없이는 처벌할 수 없다"며 "일선청의 많은 검사들을 잠 못 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런 류의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